얼마 전 추 장관은 윤 총장의 특활비가 '쌈짓돈'처럼 쓰였다고 주장했다. 이번엔 심 국장이 반부패부장 당시 전달받은 재판부 자료를 윤 총장의 '불법 사찰'로 규정했다. 윤 총장을 겨냥한 추 장관의 주요 '공세 포인트'의 밑그림을 사실상 심 국장이 그린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검찰 안팎에서 제기된다.
27일 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심 국장은 올해 1월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부임한 뒤 얼마 안 돼 복수의 직원들에게 윤 총장의 특활비 집행 내역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수사 사건을 지휘·감독하는 반부패부 고유 업무와 동떨어진 지시다.
심 국장의 지시를 받은 직원들도 총장의 특활비 운영 현황을 파악하는 건 반부패부 소관 업무라고 보기 어려워 문제가 될 수 있고, 총장을 조사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역대 대검 반부패부장이 총장의 특활비 내역을 파악한 전례는 없었다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 CBS는 심 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추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와 "윤석열 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열흘쯤 뒤에는 "(특활비 가운데) 검찰총장의 쌈짓돈이 50억원에 이른다. 자의적으로 사용되고, 한 번도 법무부에 보고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여당은 대검의 특활비가 "검찰총장의 정치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추 장관에게 힘을 보탰다. 추 장관은 지난 6일 대검 감찰부에 윤 총장의 특활비 집행 내역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공교롭게도 올 초 심 국장이 알아보려 한 윤 총장의 특활비 사안을, 그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자리를 옮긴지 얼마 안 돼 추 장관이 문제 삼은 것이다. 심 국장은 추 장관 취임 직후 첫 인사 때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영전했다.
추 장관은 해당 문건을 '재판부 불법 사찰'이라고 규정했다. 윤 총장은 이 같은 사찰을 지시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검은 사찰이 아니라며 곧장 반박했고, 일부 언론도 사찰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그러자 심 국장은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직접 입장을 냈다. 심 국장은 "(반부패강력부장 당시) 판사 사찰 문건을 보고받는 순간 크게 화를 냈다"며 추 장관과 동일하게 해당 문건을 사찰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일선 공판 검사에게도 배포하라는 총장의 지시도 있었다는 전달을 받고 일선 공판 검사에 사찰 문건을 배포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해당 의혹이 불거진 뒤 심 국장은 국회에 출석해 "중요 정치인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대검 반부패부에 보고되는 게 통상의 관례로,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생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반부패부가 전혀 몰랐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추 장관은 "심 국장이 반부패부장에 있을 때 보고받지 못했다는 건 심각한 사태"라며 "당시 남부지검장과 총장 간의 대면 보고로 끝냈다면 이 사건은 경우에 따라 은폐나 매장될 뻔했다"라고 윤 총장을 비판했다. 라임 사건 보고 누락·은폐 의혹은 지난달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근거로 작용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두고 심 국장이 추 장관의 참모로서 '윤석열 전방위 압박'의 밑그림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을 겨냥한 추 장관의 조치에 심 국장이 사실상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국장이 윤 총장 감찰과 수사배제 등 주요 국면의 조력자이자 제보자라는 평가도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