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동·미추홀·연수구 공동합의문 발표…'쓰레기 처리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
인천 미추홀구·남동구·연수구는 26일 '공동합의문'을 내 "인천시의 '자원환경시설 건립계획안' 가운데 중·남동구 소각장 예비 후보지 건립계획을 전면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고남석 연수구청장과 김정식 미추홀구청장, 이강호 남동구청장은 각 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천시의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에 대비한 자원순환정책 전환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소각장 등 환경시설 건립을 위해서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 악취 등 주민 반발 예상 원인…"불필요한 민원 야기 안돼"
해당 구청장들이 인천시의 소각장 신설 계획에 이같이 반발해 공동대응하기로 결심한 데는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천시는 이달 5일 서울·인천·경기 쓰레기를 함께 처리하는 현재의 수도권 폐기물 처리 방식에서 탈피한 자체 매립지 조성 계획을 공개했다.
2024년까지 옹진군 영흥면에 친환경 폐기물 매립지인 '인천에코랜드'를 조성해 인천에서 발생하는 불연성 폐기물과 생활폐기물 소각재를 이곳에 매립한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쓰레기 소각장을 기존 3곳에서 7곳으로 늘리겠다며, 권역별 후보지도 함께 발표했다.
미추홀구·남동구·연수구는 소각장 후보지 7곳 가운데 인천 남부권에 해당하는 중구와 남동구의 소각장은 짓지 않아도 기존시설에서 충분히 쓰레기를 소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남부권 쓰레기는 연수구에 있는 하루 530톤 처리가 가능한 3개의 소각장에서 처리하고 있다.
시의 계획대로 중구와 남동구에 새 소각장이 지어지면 연수구 입장에서는 기존에 있던 연수구 소각장을 포함해 연수구가 소각장으로 둘러싸이는 상황이 발생한다. 기존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민원이 많았다가 최근 감소세를 기록했던 연수구 입장에서는 인천시의 계획을 따르면 연중 내내 악취 민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미추홀구의 경우 소각장이 행정구역상 중구지만 실제 거주민들의 밀집도 등을 감안하면 미추홀구 거주민들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남동구 역시 새 소각장이 들어서면 남동구 주민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기존 소각시설로도 충분히 처리가 충분한 데 굳이 새 소각장을 만들어 불필요한 민원을 야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 '소각장 사각지대'된 중·동구 어떻게 하나?
세 구청장들은 "2050년 탄소제로화에 부합하는 획기적인 정책을 통해서 재활용률을 95%까지 올리고 쓰레기를 최대한 감량한다면 현재의 자원순환시설로도 충분하게 처리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추홀구·남동구·연수구가 소각량이 늘어나더라도 3곳에서 발생한 폐기물만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구와 동구는 소각장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시의 계획상 중구와 동구는 각각 중구 소각장과 남동구 소각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해당 지자체들이 백지화를 요구하면서 폐기물을 처리할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