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7월 한국전쟁 초기,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이 일대를 지나던 수백명의 무고한 전쟁 피난민들이
미 공군기와 미군의 무차별적인 기관총, 소총사격으로 희생됐다.
5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이 민간인 학살 사건은
진실규명을 위한 유가족 등 각계각층의 끈질긴 노력 끝에
사건의 진상이 세상에 드러났다.
2001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유감표명 발표에 이어
2004년 노근리 희생자 관련 특별법이 제정됐다.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게 된 데에는 한국교회의 힘도 컸다.
민주화와 인권, 통일운동에 힘써 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997년 노근리 사건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미국 기독교교회협의회와 공동으로 진상규명 활동을 벌여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제13회 노근리평화상 인권상을 수상했다.
파워인터뷰 오늘은 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를 만나
노근리평화상 수상의 의미를 들어본다.
■ 방송 : 11월 24일(화) 18:10 / 27일(금) 11:40
■ 분량 : 15분
■ 대담 : 이홍정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 진행 : 고석표 기자
■ 녹화 : 11월 16일(금)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
< 인터뷰 >
◇ 고석표 기자 : 총무님 안녕하십니까?
◆ 이홍정 총무 : 네, 안녕하십니까?
◇ 고석표 기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이번에 노근리평화상을 수상하게 됐는데요. 축하드립니다. 먼저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홍정 총무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로선 마땅히 해야 될 일을 했는데요. 저희를 보편적 인권과 평화를 위해서 지금 여기 삶의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인정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노근리 양민 집단 살해 사건이 70년 세월을 흐르면서 그 한을 사랑으로 극복하고 만들어낸 이 귀한 평화상을 주신 우리 노근리 국제평화재단의 정구도 이사장님 비롯한 유가족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땅에 작은 자 한 사람의 인권이 존중 받는 그날까지, 그들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 때까지 정성을 다해서 희생적으로 섬기겠습니다.
◇ 고석표 기자 :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노근리평화상이 어떤 상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십시오.
◆ 이홍정 총무 : 한국전쟁이 발발한 이후에 피난민들 대열이 형성되었는데 충북 영동군에서 난민 대열을 향해 7월 25일부터 29일 사이에 미군에 의해서 자행된 양민집단 살해사건입니다.
이 상은 크게 세 가지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인권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노근리 집단살해사건을 통해서 전쟁에 정치가 지닌 폭력성이 얼마나 인권을 유린하고 반평화적인가 라고 하는 것을 각성하게 되었고, 그래서 인권 부문을 위한 상을 마련했습니다.
그 다음에 문학 부문인데요. 사실 이 노근리 사건이 알려지게 된 첫 계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문학작품을 통해서 가능했습니다. 지금은 작고하신 정은용 선생님께서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라고 하는 노근리 사건을 담은 실화소설을 1994년에 발표하시게 되어서 이번에 문학 부문을 상으로 가지게 되었고요.
세 번째가 이제 언론 부분인데 이 94년에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라고 하는 실화소설이 발표된 이후에 <말>지가 집중적으로 이 기사를 특집으로 보도를 하면서 한국 사회에 전파가 되었고, 또 99년도에 미국 연합통신 AP 기자 세 분이 미군의 비밀문서들을 발굴해서 집중적으로 취재함으로 해서 미국과 전 세계에 이 일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노근리평화상에는 언론부문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 고석표 기자 : 이런 상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받게 된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 이홍정 총무 : 거시적으로 보면 저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70년대 이후에 힘써왔던 민주화와 인권운동, 그리고 그 이후에 한반도 평화통일운동과 깊이 상관돼 있다고 생각하고요. 미시적인 차원에서는 1997년에 노근리 유가족회 차원에서 구성돼 있었던 진상조사대책위원회가 그때 당시 김동완 NCC 총무님을 방문하게 됐고, 97년 이후에 우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노근리 사건을 위한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근거로 해서 미국 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함께 협력하면서 미 국무부를 움직였고, 끝내는 클린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받아내는 일을 함께 했었습니다.
그 이후에 미국 장로교 대표단이 2017년 가을에 노근리를 직접 방문하고 사과성명을 발표했고, 또 노근리 유가족들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물론 이제 미국 장로교단이 국무부와 청와대에 미국이 공식 사과할 것을 요청했고 피해 보상을 할 것 또한 요청을 한 바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계기가 되어서 저희에게 노근리 평화상을 주신 것 같습니다.
◇ 고석표 기자 : 결국 한국기독교교회를 중심으로 한 교회들의 활동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 이홍정 총무 : 네,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고석표 기자 : 말씀해주셨지만 한국기독교교회는 오랫동안 우리나라 인권, 평화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벌여왔는데요. 지금 우리 사회 인권이나 평화,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평가하시는지 말씀해주십시오.
◆ 이홍정 총무 : 우리 한국 사회가 근대화되는 과정에 이 식민지적 근대성과 분단과 냉전의 근대성이 형성이 됐는데 이 근대성이 많은 부분 정치와 경제 영역 외 다른 많은 다양한 문화적 영역이나 사회적 영역이나 인권 정의, 이런 부분들을 환원시켜서 생각하는 그런 근대성이 형성됐다고 봅니다.
교회 역시도 보수화 되고 교권화 되는 과정 속에서 교권적 통치를 위해서 제도를 강화하고 결의를 강화함으로 해서 그 틀 안에서 개인의 자유가 개인의 표현이나 사상의 자유가 많은 부분 억압당하고 때론 징계 당하는 이런 현상들이 빚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에 보편적 인권과 평화에 대한 인식이 이 식민지적 근대성과 분단 냉전의 근대성을 넘어서는 그런 인권과 평화사상으로 발전되어가야 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고석표 기자 : 특별히 한반도 같은 경우 남북으로 갈라져 있어서 평화정착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는데 특별히 정부의 평화정책 관련해서 주문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이홍정 총무 : 최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서 바이든이 얘기한 치유의 때로 사상적 흐름이 바뀌었다는 생각하게 되는데요. 바이든이 얘기한 치유의 때는 대선 이후에 미국 혼란을 수습하는 국내용 치유도 치유이겠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제국적 욕망을 성취하는 과정에 이 땅에 만들어낸 수많은 상처들을 치유하는 일로 확장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과정에 한반도는 핵심적으로 치유돼야 될 그런 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 코로나로 인해서 국제질서에 변화가 오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가 소위 친미적 사대주의적 그런 관계들을 과감하게 벗어나고 민족의 자주와 또 주체를 세워나가는 과정 속에 남북의 평화적 공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한국전쟁 70년을 맞은 올해 미완의 해방 75년을 맞고 있는 올해에 저희들이 종전선언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바꿔내고 남과 북이 평화경제를 위한 협력을 추진해나가고 또 동북아시아 공동의 평화안보체제를 만들어나가는 이런 일들을 진행하면서 결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가 비핵지대화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다시는 이 냉전에 사로 잡혀서 서로를 질시하고 반목하는 적대화 하는 그런 관계로 돌이키지 말고 이제는 정말 치유와 화해를 통해서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그런 한반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저희 모두가 한 마음으로 뭉쳐야 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고석표 기자 : 정부도 노력해야 되겠지만 교회도 많은 노력을 해야 될 것 같은데요. 교회가 인권향상과 평화정착을 위해서 노력해야 되는 신학적 이유,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 이홍정 총무 : 하나님께서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에 저희는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시는 방식은 자기의 독생자를 내어주시면서까지 이 세상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피조물들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거룩한 피조물들입니다.
결국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하신 인간, 또 하나님의 거룩성을 담보하고 있는 이 피조물, 이들의 생명권을 보존하는 것이 우리 교회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히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 또 훼파 당하고 있는 자연, 그 생명권에 대해서 교회가 1차적 관심을 갖고 그들과 동행하고 그들을 환대하면서 온전한 생명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 고석표 기자 : 앞으로 교회가 이런 우리 사회 문제들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 이홍정 총무 : 교회가 자기중심성의 틀에 갇히게 되는 것, 저는 그것 자체가 죄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스스로를 위해서 존재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세상을 위해서 보낸 그런 존재고 세상 가운데에서 세상과 더불어서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이루기 위해서 보냄 받은 존재라고 생각을 합니다.
세상을 향해서 열린 마음을 갖고 세상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현해 갈 것인가 라고 하는 그런 관점을 한국 교회가 갖게 된다고 한다면 보편적 인권과 평화의 과제는 한국 사회에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고석표 기자 : 알겠습니다. 앞으로 한국 교회가 국내 인권문제나 평화정착에 있어서 더 큰 역할을 하게 되길 저희도 기도하도록 하겠습니다. 총무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홍정 총무 : 네, 감사합니다.
[영상제작 : 이정우/최 현/정선택]
[편집 :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