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는 2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과 한국시리즈(KS) 6차전에서 4 대 2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포수 양의지는 마무리 투수 원종현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동욱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창단 첫 우승의 기쁨과 감동을 만끽했다.
NC는 2013년 1군 무대에 오른 뒤 이듬해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하는 등 신생팀 돌풍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8년 구단 프런트와 선수단 간의 갈등 등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하며 최하위로 처지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한국 최고 포수 양의지를 영입하는 등 팀을 재편한 끝에 KBO 리그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영광의 순간 우승팀 사령탑도, 시리즈 MVP도 잊지 않은 이름이 있다. 바로 NC 초대 사령탑인 김경문 현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동욱 감독은 "전임 김경문 감독님 밑에서 코치를 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며 선배 사령탑을 떠올렸다. 이어 "감독님이 닦아 놓으신 길을 따라 가다 보니 이동욱의 야구를 어떻게 할지 확립이 된 것 같다"면서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특히 김 감독은 재능 있는 신인들을 발굴, 육성했다. 투수였던 나성범에게 타자 전향을 권유해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꿈꾸는 리그 대표 좌타자로 키웠고, 박민우에게도 꾸준히 기회를 주면서 국가대표 2루수의 결실을 맺었다. 모두 NC의 우승 주역들이다.
이 감독도 2011년 수비 코치로 합류해 김 감독을 보필했다. 이후 김 감독이 2018시즌 도중 자진 사퇴한 뒤 이 감독은 지난해부터 NC의 제 2대 사령탑에 올랐다. 이 감독이 우승을 이룬 순간 전임 김 감독의 이름을 떠올린 이유다.
시리즈 MVP 양의지 역시 감 감독을 잊지 않았다. 양의지는 "2016년 김경문 감독님께서 제게 '꼭 우승하고 싶다'고 하셨다"면서 "감독님이 좋은 선수들을 만들어주셔서 제가 NC에 와서 우승할 수 있게 됐는데 너무 감사 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2016년은 양의지가 두산에서 뛰던 시절. 당시 KS에서 양의지는 김 감독이 이끌던 NC를 맞아 맹활약을 펼치며 시리즈 MVP에 올랐다. 김 감독에게 패배를 안겼던 양의지가 NC로 와서 김 감독의 우승 꿈을 이룬 것이다.
이후 김 감독은 "(후보였던) 양의지가 2군으로 떠나기 전 기회를 한번 줬는데 그 경기에서 홈런 2개를 때려내면서 주전 포수가 됐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김 감독이 아니었다면 현재 대한민국 최고 포수도 탄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김 감독 역시 NC의 우승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중계로 보고 있었다. 뭉클한 경기가 몇 번 없었는데 정말 뭉클하게 잘 봤다"면서 "감독과 코치, 선수들 모두 너무 잘 해줬다"고 감격적인 소회를 밝혔다. 예전 자신이 키웠던 선수, 함께 했던 코치들이 이뤄낸 성과가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뷰에서 이 감독과 양의지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는 얘기에 김 감독은 "내 이름을 불러준 것만 해도 너무 고맙다"며 황송해 하면서 "이 감독과 양의지가 잘한 건데 너무 겸손해 한 것 같다"면서도 흐뭇한 목소리였다.(이 감독은 우승 뒤 전화로 김 감독에게 직접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특히 NC 좌완 구창모의 부활이 반갑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뒤 양현종(KIA)도 해외로 간다고 하고, 김광현(세인트루이스)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좌완이 부족한데 구창모가 올해 전반기 잘 던졌고, KS에서도 잘 해줬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젊은 선수들로 세대 교체를 해야 할 상황인데 내년 4, 5월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요미우리가 영 힘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금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만큼 일본 프로야구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던 것. KS에 해당하는 일본시리즈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요미우리에 3승을 먼저 거둔 상황.
NC의 창단 첫 우승의 기틀을 닦았던 김 감독. 양의지와 박민우, 구창모 등 정상에 오른 NC 주역들은 내년 올림픽에서 김 감독과 함께 이번에는 대한민국의 우승을 위해 의기투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