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9시부터 배달&포장만…카페 매장 내 이용은 금지
"코로나 추가 방역조치 강화 시행으로 밤 9시 이후에는 포장&배달 판매만 가능합니다."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첫날인 24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 입구에는 이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의자들이 엎어진 채 매장 한 곳에 모아져 있었다. 테이크아웃을 위해 줄 서 있는 일부 시민들을 제외하곤 매장은 썰렁한 분위기였다.
이날부터 시행된 거리두기 2단계는 지난 8월 시행됐던 2.5단계 조처와 유사하다. 오후 9시부터 일반음식점은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고, 카페는 테이크아웃 외에 매장 이용은 금지됐다. 당시와 다른 점은 제과점 등 음료와 다른 음식을 함께 판매하는 곳과 일반 개인 카페도 제한 조치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미 한 차례 경험을 했기 때문인지 상인들과 시민들은 정부의 방역수칙을 잘 따르는 분위기였다. 홍대입구에서 만난 대학생 A(23)씨는 "지금 배가 고파서 밥을 먹고 싶은데, 집에 가서 먹을 생각이다. 어지간하면 포장을 이용해줬으면 좋겠다"라면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야 경제가 회복이 되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거리는 대부분 한산한 분위기였다. 평소 같으면 연말을 맞아 사람들로 북적였을 명동 거리도 목적지를 가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들만이 몇몇 보일 뿐이었다. 명동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상인 B씨는 "아직 개시도 못했다"면서 "사람들이 너무 없어서 한 시간 정도만 더 있어 보고 문을 닫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예 문을 닫아버린 곳도 있었다. 한 개인 카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된 기간동안 재정비 시간을 갖겠다"고 안내문을 붙여 놓기도 했다.
반면 개인 카페까지 매장 내 이용이 금지되자 시민들이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으로 몰리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한 프랜차이즈 햄버거집 홍대입구점은 좌석의 약 80% 정도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햄버거를 먹는 사람도 있었지만, 커피 등을 시켜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대부분의 좌석이 차면서 거리두기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창가쪽 자리에는 노트북을 켜놓고 업무를 보는 사람도 있었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은 빈 테이블이 두어개 뿐이었다. 매장 입구에 QR코드를 찍거나 수기로 방문이력을 작성하도록 해놨지만, 정작 체온을 체크하는 절차는 따로 없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노트북을 펴놓고 회의를 하는 이들도 있었고, 이어폰을 꽂은 채 공부를 하는 손님도 보였다.
이외에도 커피와 과일 등을 함께 팔아 '카페'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일부 점포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꽉 차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민 장모(20)씨는 "저번에도 2.5단계로 올렸을 때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되는 등 차별적이었다"면서 "이번에는 일괄 규제하는 등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지난번에는 처음이니까 '정말 심각한가보다' 하면서 직원 수 줄여가며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또 2단계가 왔다면서 9시에 문을 닫으라고 하니까 앞이 캄캄하다"며 "정부가 건물주한테 월세를 받지 말라고 하든지, 공과금을 지원해주든지 뭔가 대책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럴바엔 아예 전국적으로 일정 기간 거리두기 단계를 높여서 코로나19를 한번에 뿌리 뽑는게 나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촌상인연합회 홍성호 회장은 "정부의 거리두기 격상에 대해 불만은 있지만 그래도 방역수칙은 잘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어차피 연말 장사 못하는 거 이참에 차라리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시행해서 딱 끝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