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심부름꾼?…'천태만상' 격리자 갑질

격리시설 억지성 불평, 2차 검사 거부 '불법 탈출'
음주, 흡연 고집­…"음식에 독 탔다" 반찬투정 반복
과도한 쇼핑 '택배 폭탄', 공무원이 문 앞 배송까지
"전담팀 인력 시스템 보강…감정노동 사후 치료도"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23일 밤 9시, 경기지역 한 코로나19 임시생활(격리)시설. 입소자가 2층에서 뛰어내렸다. 탈출이다. CCTV로 이 모습을 본 공무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한 시간여를 찾아 헤매다 결국 출동한 경찰의 도움을 받아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입소자를 발견했다.


그는 며칠 전부터 '방이 답답하다'며 고함을 치고 물건을 던지는 등 담당 공무원에 횡포를 부려 마찰을 빚어 왔다.

당시 입소자를 추격했던 공무원 A씨는 "격리생활이 부담되는 건 이해하지만 버럭 소리치고 규정을 어기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한 입소자는 술과 담배를 숨겨 들어오면서 개인물품을 왜 빼앗느냐고 생떼를 부려 애를 먹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날 왜 가둬" 피해보상 생떼‥심부름꾼 된 '공무원'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격리자들이 담당 공무원들을 마치 심부름꾼 부리듯이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중 단골메뉴는 '반찬투정'이다. 한 격리자는 '갓 조리된 채소요리만 먹는다'며 담당 공무원에게 조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공무원 B씨는 "도시락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불평을 하는 데 어쩔 수 없이 콩자반과 견과류 멸치볶음을 직접 만들어 가져다 줘야 했다"며 안 좋은 기억을 털어놨다.

공무원들은 또 입소자들의 택배 물품을 '문 앞 배송'하는 일까지 도맡고 있다.

한 공무원은 "처방약이나 집에 두고 온 물건을 가져다 달라는 경우도 있다"며 "밤낮 없는 쇼핑과 심부름에 허리가 휠 정도"라고 한탄했다.

공무원들로선 예민해진 격리자들의 '억지' 요구를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으며 감내할 수밖에 없다.

한 50대 격리자는 자신이 하루 30만원을 버는 고급인력이라면서 2주간 격리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상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무원 C씨는 "이미 복지기금으로 40만원 넘게 지원해주는데도 더 달라고 하니 말이 안 나온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담 인력 시스템 개선, '감정노동' 사후대책 관건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21일 경기도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도내 13개 시·군에서 운영 중인 코로나19 격리시설 입소 인원은 최근 감염 확산세로 30% 이상 늘어 하루 40~50명 안팎 수준이다.

이들을 관리하는 공무원은 시설별 2~3명꼴로 1인당 10명 넘는 격리자를 맡고 있다. 주말까지 교대로 근무하는 데다 해외 입국자의 경우 시차를 감안해 심야에도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대부분 지자체는 격리시설에 전담 직원들을 상시 배치하는 방식이 아닌, 일부 일반직 공무원들을 순번제에 따라 투입하고 있어 각자 본 업무에 더해 격리자 관리까지 과중한 업무 부담을 떠안고 있다.

여기에 일부 입소자들의 도를 넘는 '갑질' 행태들이 더해져 공무원들을 더 고되게 하고 있다.

경기지역 한 격리시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공무원 D씨는 "공무원들을 '개인비서'처럼 생각하는 입소자들이 더러 있다"며 "한 번은 약을 가져다달라고 해서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다녀온 적도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처럼 개개인 공무원들이 격리자들의 갑질로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지원 대책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관계자는 "공무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정확히 파악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시설들이라 경기도 차원에서 계획하고 있는 지원 대책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격리시설 전담팀의 인력구조 한계는 물론, 담당 공무원들을 위한 보호대책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다.

더좋은지방자치연구소 이동영 소장은 "격리시설 등을 관리, 감독하는 전담 직원을 충원하는 등 인력 운용 시스템을 강화해야 된다"며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을 위한 심리치료 등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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