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홍기찬 부장판사)는 20일 건보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진료비를 지급한 환자들의 질병이 개개인의 생활습관과 유전, 주변 환경, 직업적 특성 등 흡연 이외에 다른 요인들에 의해 발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대기오염과 가족력, 음주,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들이 폐암 발병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비흡연자들도 폐암에 걸린 사례 등을 고려하면 특정한 병인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특이성 질환'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이날 공판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담배의 명백한 피해에 대해 법률적인 인정을 받으려 노력했지만, 그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며 "대단히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항소 문제를 포함해서 담배의 피해를 밝혀나가고 인정받는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라면서 "항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단은 흡연으로 인한 건보재정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4년 '흡연 피해 구제 추진단'을 꾸려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흡연과 인과성이 큰 3개의 암(폐암 중 소세포암·편평상피세포암·후두암 중 편평세포암) 환자들 가운데 20년 동안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했고, 기간이 30년을 넘는 이들에 대해 2003~2013년 사이 공단이 지급한 진료비를 합산해 537억원을 담배회사들에 청구했다.
이전에도 흡연자들이 흡연의 유해성을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4년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당시 대법은 흡연이 폐를 포함한 호흡기에 각종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사회 전반에 널리 인식돼 있고 흡연을 계속할지 여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또 폐암과 흡연과의 인과관계도 인정하지 않았다. 흡연자들 가운데 암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이 다른 환경적 요인을 제외하고 흡연 때문에 암에 걸렸다는 인과관계로 나갈 정도는 아니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