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늘푸른연극제 '다시, 봄'이 12월 4일부터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원로 연극인이 주축이 되어 만든 작품이 관객과 만나는 자리다.
18일 대학로 공공그라운드 001스테이지에서 열린 제5회 늘푸른연극제 제작발표회에서 전무송 운영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계획했던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다시,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연극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주관사 '스튜디오 반' 이강선 대표는 "원로 연극인의 작품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오는 봄을 맞자는 의미에서 이번 행사를 12월에 개최한다"며 "단순히 원로가 모인 연극제가 아니다. 원로와 신진 연극인이 같이 작품을 만들고 연극계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장"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연극제는 개막작 '장마'를 시작으로 '나루터', '부드러운 매장', '심판', '오이디푸스 왕'까지 총 5편을 무대에 올린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할 전망이다.
'장마'(12월 4~6일·대학로 TOM 2관)는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완장' 등의 작품을 발표한 소설가 윤흥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한국전쟁의 폭력성 이면에 상처입은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에 초점을 맞춘다.
장마에서 '봉례' 역을 맡은 배우 이주실은 "전투는 멈췄지만 전쟁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통일을 위한 노력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곱씹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루터'(12월 4~6일·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는 전북에서 가장 오래된 연극 단체인 '창작극회'가 박동화의 희곡을 무대화했다. 새마을 운동으로 대변되는 70년대를 배경으로 개발논리에 밀려 고향을 등진 실향민의 아픔을 밀도 있게 그렸다.
'부드러운 매장'(12월 10~13일·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은 한 가족의 비극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을 짚는다. '그림자 재판', '모텔 판문점'의 오태영이 극작했다. 오태영은 "나이들수록 어떤 작품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터졌을 때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편이다. 그래서 제가 쓰는 작품은 인간의 애환 보다는 정치·사회적 문제를 다룬다"고 말했다.
'심판'(12월 18~20일·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은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은 극단 '실험극장'이 만든 작품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이 원작으로, 현실 세계와 소외된 인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한승 연출은 "실험극장은 그동안 184회의 정기공연을 하는 등 거의 한 해도 쉬지 않고 공연해왔다. 단체의 명성에 누가 안 되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폐막작 '오이디푸스 왕'(2021년 2월 5~7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은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시인 소포클레스의 작품이다.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빚어지는 비극을 통해 인간 실존에 대해 질문한다. 정일성 연출은 "연극인생 60년이 넘었는데 그리스 비극은 처음 해본다. 연극이 역병 장면으로 시작해서 시의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19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5단계로 격상된다. 연극제 측은 비대면 공연을 염두에 두는 등 코로나19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