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 없는 정부 과로사 방지대책 한계…"택배법 통과 필요"

정부, 지난 12일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발표
"긍정적이지만, 미흡한 점 여전히 많아"
"강제성 없고, 분류작업 문제 해결 못 해"
"생활물류발전법 연내 통과 필요"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정부가 지난 12일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과로사 대책위는 "긍정적인 면은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분류작업과 배송작업의 분리를 위한 강제 조항이 빠진 점, 택배 요금 정상화에 대한 해법이 나오지 못한 점 등이 주된 문제로 지적됐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과로사 대책위)와 한국진보연대, 더불어민주당 장경태·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은 18일 오후 '택배노동자 과로사 재발 방지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과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지난 12일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에는 △1일 최대 작업 시간 설정 △오후 10시 이후 심야 배송 제한 권고 △주 5일 근무제 유도 등이 담겼다. 특히 산재보험 가입을 방해하는 택배회사를 처벌하는 조항을 만들고 대리점에 건강진단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했다.


다만, 정부는 핵심 쟁점이던 '분류작업'에 대해서는 노사 간 이견이 커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상반기에 표준계약서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과로사 대책위 박석운 공동대표는 "택배노동자 업무의 40~45%에 해당하는 분류작업을 배송업무에서 분리하지 못하면, 당연히 과로사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과로사 예방대책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택배회사의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코로나19 시대에 증가한 이익 중 일부를 투입하거나 백마진을 금지하면서 생기는 재원을 투입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강은미 의원은 "분류업무와 배송업무의 이원화를 위한 법률적 강제조항이 빠졌다"며 "분류작업 추가인력 투입 등에 대해 택배업체들이 먼저 대국민 발표를 한 부분을 고려하면 정부가 '노사 간 이견'을 이유로 업체보다 한 발 더 물러선 대책을 내놓았다"고 아쉬워했다.

근본적으로는 수수료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택배 기사들이 건당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 구조에서 '일일 물량'을 제한하면 생계비 확보가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공동대표는 "택배노동자들은 너무 낮은 배송수수료 때문에 늘어난 물량을 '죽기 살기로' 배송해 먹고 살아왔다"며 "그 임계점을 넘어설 경우 결국 과로사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마진 근절 이외에도 소비자들이 택배요금을 적정하게 부담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다행히 시민들이 과로사 예방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된다면, 요금 인상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향을 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택배연대노조 김태완 위원장은 산재보험료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특수고용노동자는 일반노동자와 달리 산재보험료를 사용자와 노동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이는 당장 수익이 걱정되는 택배노동자들이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재발방지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산재보험 적용제외 제도를 폐지하고 당연가입으로 해야 한다"며 "시행령을 고쳐 종속성이 강한 택배노동자 등 일부 특수고용노동자는 산재보험료를 전액 사용자가 부담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택배법이라 불리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생물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통으로 나왔다.

김 위원장은 "정부 권고안의 한계를 극복하고 법률에 근거한 구속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생물법이 연내 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당 김기완 공동대표도 "해당 법안은 택배요금 정상화 및 택배종사자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에는 △표준계약서 보급 △계약갱신청구권 보장 △부정한 대가의 수취 금지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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