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근본적 검토 필요' 결과 겸허히 수용"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지난 17일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백지화 결론을 내렸다. 숱한 논란 끝에 4년 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연구 용역 결과에 따라 결정된 후보지 선정을 뒤짚은 것이다.
국토부는 "검증위의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총리실 등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해 후속 조치를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증위가 김해신공항 안에 대해 △ 확장성 등 미래 변화에 대응이 어려운 사정 △ 산악 장애물을 존치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법제처 의견 등을 고려해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낸 데 대한 반응이다.
다만 모든 논의를 처음부터 되풀이하는 '원점 재검토'에 들어갈 것인지,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가덕도 대세론'을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까지도 김해신공항 유지에 무게를 두면서 혹여 건설지를 바꾸더라도 '원점 재검토'를 강조해온 상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지난 6일 자 회의록에 따르면, 김 장관은 "김해신공항이 (검증위에서)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그간의 모든 행정 절차가 무효로 하는 것"이라며 "수요 조사부터 원점 검토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때는 대상 지역을 열어 놓고 시작하는 게 원칙"이란 의견을 냈다. 당시 국토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검토 용역비 20억 원을 삭감한 것을 두고 여당 의원이 지적한 데 따른 답변이다.
그러면서 "그런 절차 없이 바로 '특정 지역'을 정하고 적정성 검토에 들어가는 것은 우리 국토부로서는 법적 절차에 맞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따르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여야가 함께 '가덕도'에 무게를 두고 특별법까지 언급하며 추진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 부처 입장에서 앞으로의 방향 설정에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러 전문가가 검증위의 이번 판단을 두고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하는 점 역시 또 다른 부담 요인이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이러한 과정을 되돌리는 것은 정책 신뢰를 훼손하는 무리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김해신공항안 선정 자체가 당시 지역의 비난과 정치적 부담, 비용 문제를 지나치게 염두에 둔 결정이었던 만큼, 차라리 이번 검증 결과가 '기회'"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이근영 교수는 "김해공항 확장안은 애초에 산악 장애물, 소음 때문에 야간 운영이 불가능한 점, 소유권이 군에 있어 효율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4년간 항공산업 환경이 많이 바뀐 데다 코로나19로 위축되기도 했는데 지금을 차라리 성장의 기회로 삼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특히 산악 장애물의 경우 안전 운항을 해야 하는 조종사의 입장에서 곤란한 요소인데, 김해신공항안 확정 당시 '경제성'에 비해 주목을 못 받던 요소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정치적 면에서 (편향성 등) 얘기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차라리 더 나은 방향일 수 있겠다"며 "(김해신공항안을 비롯해)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성장'을 중심으로 했던 이전의 정책 방향에서 '내실 다지기'를 중심으로, 항공산업에 발전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