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간 이어져 온 대형항공사(FSC)의 경쟁체제가 막을 내리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자산규모 40조원에 달하는 세계 7위의 초대형 항공사로 다시 태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산업이 전망이 어두운데다 인력과 노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반발도 예상되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6개 기업 중 5개 아시아나항공 인수 거절…대한항공만 OK"
산은이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제안한 시점은 지난 9월.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매각협상이 최종 결렬된 직후였다.
당시 산은은 대한항공 이외에도 5개 계열 그룹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타진했지만 재무상 어려움을 이유로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산업은행 최대현 부행장은 "국내 항공산업의 위기극복과 근본적 경쟁력 개선을 위한 항공산업 재편 방향에 한진그룹과 뜻을 같이하게 됐다"며 "항공산업 종사자들의 피해를 감안해 최대한 신속히 통합 작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거래 완료를 목표로 통합 작업에 서두르는 모양새다. 코로나 장기화로 항공업계 정상화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양강 체제가 이어질 경우 내년 말까지 양사에 4조 8000억원의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세계 10위 내의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 및 화물 운송 실적 기준 대한항공 19위, 아시아나항공 29위로 양사 운송량 단순 합산시 세계 7위권을 기록하게 된다.
◇조원태 "임직원의 일터 지키겠다" 약속… 양대 노조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2291%에 달해 자본잠식률이 56% 수준이다. 대한항공의 단기부채 및 아시아나항공의 1년 내 상환 의무가 있는 유동부채만 10조에 달한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 인수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난다면 동반 부실에 빠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안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항공대 허희영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산업은 인건비 부담이 큰 산업인데 구조조정 이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풀어야 할 최고의 과제"라며 "고용승계식의 인수합병은 시너지를 제대로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산은에 따르면 양사 중복 인력은 관리직 등 1천여명으로 추산된다. 산은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한진가에 확약을 받았다"며 "직원고용승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우선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양사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것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양사 노조는 긴급 간담회 후 입장문을 내고 "노동자들의 의견을 배제한 산은·정부·한진칼의 인수합병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며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