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이날 국회법 위반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원내대표, 민경욱·이은재 전 의원 등 8명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나 전 의원 등은 지난해 4월 여야 4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 선거제 개혁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으로 교체된 채 전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채 전 의원과 그의 보좌관 송모씨는 당시 자유한국당이 채 전 의원을 감금했으며, 이 같은 행위를 원내 지도부가 주도했다고 증언했다.
채 전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이 물리력을 행사해 집무실 출입을 막았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오전 9시 30분쯤 회의를 위해 집무실을 나가려고 하는데, 한국당 의원들이 서류가 든 가방과 팔을 잡아끌며 의자에 앉혔다"며 "결국 예정된 회의에 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처벌을 원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분들이 충분히 물리력을 행사해 의원실에서 나가는 것을 막으려 하겠구나' 생각했고 이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검찰 조사 결과, 당일 오후 1시에 첫 몸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채 전 의원은 "(첫 몸싸움에서) 민경욱 의원과 송언석 의원이 주도적이었다. 두 분이 가로막아서 나가지 못하게 되고 짧은 시간에도 격렬한 몸싸움이 있어 속옷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는 당일 오전 9시쯤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으로 교체된 상황이었다. 채 전 의원은 오후 1시에 열릴 예정이던 사개특위 법안 회의에 참석해야 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이 방해해 제때 출석하지 못했다.
채 전 의원은 "몸싸움 이후에도 상황이 계속되자 탈출하기 위해 경찰과 소방에 지원을 요청했다"며 "당시 의원들에게도 이러한 행동이 감금이라고 말하며 길을 비켜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 전 의원이 현장에 있는 의원들과 통화하며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채 전 의원은 "집무실에 있었던 여상규 전 의원 등이 나 전 의원과 통화를 했고, 통화 후 '감금 해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나 전 원내대표로부터) '끌려나가는 모습을 연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피고인들은 당시 상황이 감금이 아닌 설득의 과정이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당시 의원실 안에서는 민경욱 전 의원이 마술 가방을 가져와 마술을 보여줬고, 다 같이 샌드위치를 먹기도 하는 등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며 "채 전 의원 보좌진들의 출입 역시 막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장 사진 등을 봐도 문을 잠그거나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며 "나 전 의원이 현장에 있는 의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것 역시 추정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같은 변호인 측 주장에 검찰이 "자유롭게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냐"고 묻자 채 전 의원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장은 "구인장을 발부하겠다"며 "다음 기일에도 나오지 않으면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고 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4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와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격렬하게 대치했다.
당시 오신환 의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법안에 반대 입장을 보이자,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은 전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의 요청을 받아 오 의원을 사보임하고 채 의원으로 교체했다. 이에 오 의원은 강제 사보임이 자신의 법률안 심의·표결권 등을 침해했다며 문 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27일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있었던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상임위 이동) 과정이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김병욱·박주민 의원과 이종걸·표창원 전 의원, 보좌관 및 당직자 등 10명의 2차 공판은 오는 25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