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산재사고에 유독 관대한 판결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는 법원의 양형이 달라질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해마다 산재사고로 2천명 이상이 사망하고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고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실형을 받는 사례가 거의 없다. 69.4%가 벌금형이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건에서 노동자 40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당시 사업주가 받은 벌금은 2천만원이었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실에 따르면, 이 의원은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재해법에 양형절차 조항을 정비한 법안 발의에 나섰다.
양형절차에 관한 특례로 유죄 선고 뒤 따로 형의 선고를 위한 선고 기일을 지정하고, 이 경우 법원이 양형심리를 위한 국민양형위원을 지정해 심의에 회부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피해자 등의 진술을 듣는 절차도 담긴다.
이들은 심의를 마친 뒤 개개인의 구체적인 제시 형량을 명확하게 밝혀 의견서를 만들어 재판장에게 전달하게 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재판부가 이를 참고해 어느 정도의 형을 선고할지 결정하는 참고자료가 되는 셈이다.
배심원들이 유무죄 평결을 내리고 재판부가 형을 선고하는 국민참여재판을 뒤집은 개념이다.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은 사망시 사업주 형사처벌을 2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5억원 이상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탄희 의원은 "국민의 상식과 법감정에 부합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양형이 이뤄지도록 공판절차 이분화와 양형절차를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앞서 성폭력·아동학대·산재사고 등 범죄에 판사의 유죄 선고 뒤 국민양형위원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유무죄 선고와 형량 결정이 분리된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이 의원은 "이런 범죄들이 반복될 때마다 법정형 상향과 처벌 강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판사들에 의해 선고되는 양형은 국민들의 법감정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며 "법정형의 상·하한을 높이더라도 판사가 이에 맞게 선고하지 않으면 처벌 강화 입법의 효과가 실현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제안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