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진표(한일의원연맹 회장·더불어민주당 의원)
얼어있던 한일관계에 변화가 좀 생기려는 걸까요? 지난 10일 박지원 국정원장이 스가 총리와 회담을 가진 데 이어서 지난 금요일에는 한일 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들이 스가 총리를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만나고 온 후의 기사들을 보면 뭐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당사자들이 느끼는 미묘한 흐름은 분명 있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직접 만나고 오신 분의 얘기를 들어보죠. 한일 의원연맹 회장이세요. 민주당 김진표 의원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진표 의원님,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언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되셨나 했더니 지난 달에 되셨네요?
◆ 김진표> 네, 10월 달에 바뀌었죠.
◇ 김현정> 한일 관계가 사실 최악인 상황이라서 좀 부담도 느끼실 것 같습니다.
◆ 김진표> 네,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한일관계가 워낙 중요하고 또 지금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고 북핵 문제 등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한일 간의 협력이 아주 꼭 필요하죠. 그런 점에서 욕먹고 어려운 자리라도 누군가는 나라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니까요.
◇ 김현정> 욕 먹을 자리여도 누군가는 해야 된다라는 심정으로. 지난달에 회장이 되고 나서 이번에 스가 총리를 방문하고 오신 건데. 우선 방문에 대한 전체적인 자평, 총평을 한마디 해 주신다면?
◆ 김진표> 우선 양국 정치 지도자 간에 이번 서로 방문을 통해서 양국 관계 이대로 놔두면 안 된다, 개선해야 한다 이런 의지는 서로 확실히 확인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한일관계, 양국 관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지 확인을 하셨어요?
◆ 김진표> 네.
◇ 김현정> 그럼 전반적인 분위기는 좋았겠네요?
◆ 김진표> 우선 스가 총리가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나고 사흘 뒤에 저희 일행을 만난 것만 봐도 총리부터 그런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웅변해 주는 거겠죠.
◇ 김현정> 보통은 그렇게 안 만나나요?
◆ 김진표> 똑같은 내용을, 똑같은 이슈로 그렇게 만나는 게 쉽지 않죠. 스가 총리가 우리 대통령에게 이런 메시지를 좀 전해 달라 하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는 거. 그 자체가, 이제 일본도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종전의 한 1년 전에 제가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보다는 사용하는 용어나 또 만나는 사람들의 숫자나 전체적으로 많이 개선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쓰는 용어도 달라졌어요?
◆ 김진표> 전에는 “65년 청구권 협정으로 다 끝난 일을 왜 지금 한국이 새롭게 들고 나와서 문제를 야기하느냐” 이런 식의 비난 위주였는데 지금은 “한국이 좀 진전된 입장을 가져왔으면 좋겠다.” 이 정도로 많이 톤다운이 됐더라고요.
◇ 김현정> 톤다운이 됐다. 그 외 스가 총리가 한 이야기 중에 귀에 꽂혔던 게 있습니까?
◆ 김진표> 일본 정부는 내년 7월에 도쿄 올림픽을 하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도쿄 올림픽이 상당히 어려운 여건에서 하니까 ‘방역 올림픽’이 돼야 된다고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말씀하셨잖아요. 그런 것을 위해서 양국이 협력할 여지가 많고.
◇ 김현정> 도쿄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셨군요.
◆ 김진표> 그래서 그거에 대해 스가 총리가 그런 노력에 대해서 정말 감사하다는 얘기를 하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징용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이 진전된 입장을 내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두 차례 계속하더라고요.
◇ 김현정> 바로 그 부분인데 뭐 톤다운은 됐다고 지금 말씀은 하시지만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조치를 한국 정부가 내놔라라는 기본 입장에는 지금 변화가 없는 거죠?
◆ 김진표>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이게 어떻게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는가.
◆ 김진표> 이 문제는 양국의 기본 입장이 너무 차이가 있어요. 일본은 잘 아시는 것처럼 65년 청구권 협정으로 끝난 얘기를 왜 하느냐.
◇ 김현정> 배상 끝났다, 이거고.
◆ 김진표> 우리는 협정 충분히 지켰다. 문제는 몇 몇 분들이 일본 고용기업의 불법 행위로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배상해 달라는 소송은 지난 20년간 벌여왔고 그것이 대법원에서 승소한 것이니까. 그런데 이 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난 2년간 양국의 외교당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안을 놓고 충분히 토의가 돼서, 있을 수 있는 모든 해법은 이미 제시가 돼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선택과 결단이거든요. 정치 지도자들이 선택하려는데 여건이 너무 나쁩니다. 반일 반한 감정이 여론조사 때마다 70%가 넘게 나와요. 이런 상황에서는 양국 정상이 결단내리기가 쉬운 일은 아니죠. 그래서 도쿄올림픽이 내년 7월에 있으니까 그걸 계기로 교류 협력을 강화해서.
◇ 김현정> 분위기를 만들자?
◆ 김진표> 네. 좀 그런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줘야 된다.
◇ 김현정> 선택지는 이미, 원 투 스리 포 나와 있고 고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에요?
◆ 김진표> 그렇습니다.
◇ 김현정> 올림픽을 계기로 뭔가 분위기를 좀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
◆ 김진표> 그렇습니다.
◇ 김현정> 어떤 걸 같이 할 수 있죠?
◆ 김진표> 저희는 매년 1월 초에 신년 교류회를 항상 해 왔습니다. 그때마다 한일의원연맹이 방문을 했었고요. 그리고 문화예술계, 양국의 전통 공연 교환이라든가 또는 스포츠, 과학계 종목별로 서로 교류하는 일은, 서로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거다. 그런 것들을 지금 우리 쪽 간사장 김석기 의원하고 가와무라 일본 간사장이 그거를 지금도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중에 협의를 마쳐서. 김석기 의원은 그래서 귀국을 이틀 늦췄습니다.
◇ 김현정> 문화, 스포츠 이런 교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도쿄 올림픽에 대해서 뭘 어떤 식으로 협력이 가능한 거예요?
◇ 김현정> 우리가 도움을 준다? 방역 문제에 있어서.
◆ 김진표> 그다음에 제일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북한 문제입니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면 동북아 평화협력이 이게 더 유지가 되고 안정이 되니까요.
◇ 김현정> 결국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가 뭔가 도움을 주고 같이 손잡고 뭘 하면서 화해 무드를 먼저 만들자라는 제안이신데. 이게 국민들이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동의하실까 하는 숙제는 남아 있네요. 우리가 가서 왜 일본 올림픽을 도와줘야 되지?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거든요.
◆ 김진표> 평창올림픽 때도 일본이 한일의원연맹 안에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우리를 지원하려고 노력을 했죠. 이웃나라 사이에 현실적으로 많은 관중이 갈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하고 중국 정도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는 그런 도움이 필요하고요. 그다음에 이제 동북아 평화 협력을 위해서도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는 그런 좋은 계기니까요. 그리고 국민감정이 악화돼 있지만 이게 양국의 정치권이 좀 반일, 혐한 정서를 국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워요. 그거를 버리면 사실은 그렇게까지 나빠지지는 않을 겁니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는 교류 협력이 잘 되거든요.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에서 대유행인데.
◇ 김현정> 드라마요?
◆ 김진표> 네. 저희가 만난 많은 일본 정치인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가 사랑의 불시착 애청자다.
◇ 김현정> (웃음) 그래요?
◆ 김진표> (웃음) 네.
◇ 김현정> 예전에 왜 배용준, 최지우 씨 나온 겨울연가 유행하면서 한류 바람 불듯이 그런 식이에요?
◆ 김진표>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때 느낀 것이 문화의 힘이 정치보다 훨씬 강하구나. 그 런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김진표> 제가 스가 총리 보고 지금은 선택하고 결단할 때인데 스가 총리께서 가급적 빨리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모든 문제를 풀어놓고 그렇게 대화하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를 했더니 잘 알겠다는 정도의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 김현정> ‘잘 알겠다’ 는 게 이게 뉘앙스에 따라 굉장히 다르잖아요. 얼굴 표정을 보셨으니까 잘 알겠습니다라는 강력한 동의인지 아니면 마지못해 얘기하는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이 정도인지 어떻게 느끼셨어요?
◆ 김진표> 마스크를 쓰고 얘기를 하니까. 눈빛은 웃는 눈빛이더라고요.
◇ 김현정> 그건 분명했습니까?
◆ 김진표> 네. 그 이야기에도 또 한 번 강조를 하더라고요.
◇ 김현정> 뭐라고요?
◆ 김진표> 징용공 문제에 대한 진전된 입장이 꼭 필요하다고.
◇ 김현정> 또 강조를 했습니까?
◆ 김진표> 네.
◇ 김현정> 눈은 웃고 있었지만 말에는 역시 전제조건이 깔려 있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상황이 변한 건 미국 아니겠습니까?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대통령이 바뀌는데 바이든은 어떨 것으로 봅니까? 김 의원님.
◆ 김진표> 바이든은 전통적으로 한미일 삼각동맹을 굉장히 강조해 왔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특히 일본이 한일관계를 개선해야 된다는 그런 압박을 좀 받으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바이든으로 변하는 이 상황들이 한일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 김진표> 그렇죠.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또 미국 바이든 정부는 다자간의 맺어진 그런 협정 이런 것들을 충분히 활용하자는 입장이니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그렇고 대중국에 대한 압박이라고 할까요, 그걸 위해서도 그렇고 한일 간의 관계 개선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훨씬 강하리라고 봅니다.
◇ 김현정> 스가 총리도 그 부분을 잘 알고 있겠죠?
◆ 김진표> 그건 당연하겠죠.
◇ 김현정> 그런 의미에서 관계개선의 여지를 보고 왔다. 물론 눈은 웃으면서도 전제조건은 걸었다고 하지만 어쨌든 여지를 보고 왔다 정도로 정리하면 되겠네요?
◆ 김진표> 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진표>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일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민주당 김진표 의원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