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공정3법·차별금지법 '머뭇대는' 슈퍼 여당

이낙연 촉구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신중론 비등
영세업체 4년 유예?…정의당 "동의 못해"
문 대통령 공약이었던 '공정3법' 또 고칠까
'3%룰' 완화론에 당내서도 "재벌 눈치보나"

이낙연 대표(위원장)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06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난극복K-뉴딜위원회 국난극복본부 제2차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국회는 지금, 본격 '입법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선거나 국정감사 등을 이유로 미뤄놨던 입법부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매진하는 모습이다.

특히 174석으로 원내 다수 의석을 점한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어깨가 무겁다.

'마음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슈퍼 여당이라지만 과거 공약했던 쟁점 개혁법안을 두고는 어쩐지 머뭇대는 분위기다.

이낙연 대표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낙연 촉구했던 '당론 추진'도 제동


가장 뜨거운 건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다.

노동자 사망사건 배경에 기업의 중대한 과실이 드러났을 때 사업주나 원청에 책임을 지우자는 정의당 법안이 '너무 세다'는 게 민주당 중론이다.

그러나 산업재해 사망자가 하루 평균 7명씩(고용노동부 통계) 늘어가는데 이렇게 계속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이낙연 대표가 본회의장 연설에서 법안 처리를 촉구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아울러 굵직한 선거가 예고된 내년, 내후년에는 이익집단 반발이 표심과 직결할 우려가 있는 터라 이번 정기국회가 사실상 가장 큰 기회로 꼽힌다.

이에 박주민 의원 등 45명은 중대재해 기준과 처벌 대상자, 수위를 일부 완화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을 4년간 유예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따로 발의했다.

여기에는 당장 정의당과 시민사회 반발이 끊이지 않는 상황. 정의당 김종철 대표는 15일 당 전국위원회에서 "산재 사망자의 79.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오는데 4년 유예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에 대해서는 당론 추진도 어렵다는 관측이 내부에서 나온다. 이낙연 대표가 직접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밝혔지만 신중론이 점차 커진 탓이다. 일각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강화로 이 법을 대체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의당 법안이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형식과 내용을 두루 논의하다 보면 결론을 내리기까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월 22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 입구에서 정의당 김종철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1인 시위 3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결국 정치인들이 용기 낼 수밖에"

이른바 '공정경제 3법'에 관해서는 그간 수면 아래에 있던 수정 혹은 완화 주장이 표면화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로 추진된 이 법은 '집중투표제' 같은 핵심 내용을 정부가 빼놓고 발의했지만, 그걸 또 고쳐 재벌기업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나 중소기업중앙회 등 재계 민원과 압박이 줄 잇자 여당의 기류는 조금씩 미묘하게 바뀌어 왔다.

특히 상장사의 감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각각 3%까지 갖게 하는 '개별 3%룰'로 고치는 방안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당내에선 이렇게 재벌과 산업자본 눈치만 보다가 개혁 법안이 더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이낙연 대표 '대권 상대'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개별 안이 되면 대주주 측은 각각의 3%씩을 인정받게 돼 특수관계인의 숫자만큼 권한이 늘어나 애초 감사위원 분리선출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재벌개혁 후퇴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재벌 저격수' 박용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경제가 혁신 동력을 잃은 상황에 독점만 강화하려는 대기업 재벌총수 논리만 횡행하는 꼴인데 결국 정치인들이 용기를 낼 수밖에 없다"며 원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더 어려운 개혁 법안으론 '차별금지법'이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 공약에 넣었다가 낙선 뒤 2017년 대선에선 공약에서 제외한 법안이다.

정의당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당론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슷한 내용을 담은 평등법을 정부안으로 각각 발의한 데 이어 민주당에선 이상민 의원이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도 반발 조짐이 적잖이 나온다.

민주당은 낙태죄 처벌을 유지하고 임신 14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부 입법안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아 당론 채택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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