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기화로 日에 손짓하는 文대통령, '스포츠 외교' 시동

스가 일본 총리 콕 집어 인사하고, 도쿄올림픽 성공 개최 위한 협력 제안
경직된 한일 관계 풀려는 문 대통령의 시도 본격화 됐다는 관측도
김대중 정부때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가 도움, 2021년 도쿄올림픽 도울까
적극적인 우리측 손짓에도 '강제징용' 문제 해결 요구하는 일본 정부
일본과 입장차 큰 강제징용 해법 두고 문대통령 고민도 깊어질 듯

지난 12일 한-아세안 정상회의 발언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릴레이 정상회의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게 각별한 인사를 건넨데 이어 내년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제안했다. 최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물밑 흐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올림픽을 기화로 스포츠 이벤트를 활용한 외교에 나서면서 전향적인 관계 개선을 시도할지 주목된다.

◇ 스가 총리 콕 집어 인사한 문 대통령, '도쿄올림픽 성공' 위한 국제협력 제안도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다섯번의 화상 정상회의를 소화하고 있는 문 대통령은 셋째날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콕 집어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연설 모두발언에 앞서 "존경하는 의장님, 각국 정상 여러분,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스가 총리의 취임을 축하하는 서신을 보내고 전화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화상을 통해 얼굴을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자 정상회의 무대에서 의장국 정상 등을 부르며 예우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특정 국가정상만을 콕 집어 인사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이에따라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문 대통령이 적극 나서려 한다는 해석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왔다.

아세안+3 정상회의가 끝나고 몇시간 뒤 이어진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문 대통령이 꺼낸 화두는 '올림픽 성공을 위한 협력'이었다.

문 대통령은 "2021년 도쿄, 2022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을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치러내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자"고 국제사회에 제안했다.

이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인 '평화올림픽이 되었던 것처럼 회원국들의 신뢰와 협력으로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이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인류는 코로나 극복과 평화에 대한 희망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저한 방역과 국제사회 연대·협력으로 올림픽을 성공시키자는 제안이다.


문 대통령은 내년 도쿄올림픽을 한일관계 개선은 물론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남북관계가 풀리고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올림픽'이라는 큰 이벤트가 양국의 경직성을 푸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 스포츠 이벤트 한일관계 개선에 도움된다 판단, 강제징용 문제가 관건 될 듯

최근 일본을 방문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의원 등도 '도쿄올림픽 협력'을 일본 측에 잇따라 제안하고 있다.

박 원장이 지난 10일 스가 총리를 면담한 자리에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이은 2020년 '문재인-스가 선언'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과거에도 스포츠 이벤트가 한일관계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 일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 측의 사과 표명 및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발전에 더해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 개최를 위한 협력 방안이 포함됐었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2021년 도쿄올림픽 개최 시기와 방식을 두고 일본의 고민이 깊은 가운데,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한국이 적극 돕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

특히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서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청와대와 정부가 '올림픽'을 계기로 전향적으로 일본 문제를 풀기 위해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측이 관계 개선에 앞서 강제징용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는 점은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스가 총리는 최근 박지원 국정원장, 김진표 의원 등과 잇따라 만남을 갖고 소통하면서도 한일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에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생각을 내주면 좋겠다"며 우리 측에 공을 넘겼다.

문 대통령도 이 문제의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임종석·정의용 등 외교안보 분야 특별보좌관 및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언급하며 "피해자들의 동의와 합의가 선결 조건인데, 우리와 일본간 입장차가 있다"면서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국내외적으로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올림픽 개최를 위한 협력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이어갈지 등이 일본과의 관계개선 여부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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