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주는 교체 안하겠다더니…KT 소형준 투입 빗나간 타이밍

두산 최주환이 13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KT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소형준을 상대로 투런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T 위즈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윌리엄 쿠에바스의 불펜 기용이 실패하면서 시리즈 주도권을 내줬다. 두산 베어스는 라울 알칸타라의 교체 타이밍을 놓쳐 시리즈를 3차전에서 끝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13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시즌 KBO 리그 두산과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타이밍(timing)'을 승부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마운드에 서있는 투수를 언제까지 믿어야 할지, 어느 시점에 투수 교체를 시도해야 할지 등 불펜을 포함한 마운드 운영은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였다.

4차전에서 먼저 움직인 팀은 두산이다.

KT는 1회초 조용호와 황재균의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멜 로하스 주니어가 가운데 담장을 직접 맞히는 2루타를 때렸다. 하지만 2루주자 조용호가 타구 판단을 잘못해 홈에서 아웃됐다.

시작과 함께 3연속 안타를 맞은 좌완 선발 유희관이 다음 타자 유한준에게 연거푸 볼 2개를 뿌리자 두산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유희관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우완 김민규를 투입했다. 유희관의 투구수는 고작 22개에 불과했지만 두산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움직였다.

김민규는 유한준과 강백호를 연이어 아웃 처리하고 1회 고비를 넘겼다. 두산의 빠른 투수 교체는 성공을 거뒀다.

KT 벤치도 이전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이강철 감독이 예고한 바 그대로였지만 내용은 조금 달랐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전 소형준의 불펜 대기를 언급하면서 "선발 배제성이 3이닝 정도 잘 던지면 뒤도 안 돌아보고 바꿀 수 있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가 더 잘 던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다. 다만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는 교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제성은 3회 2사까지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순항하고 있었다.

3회말 2사 1루에서 2번타자 정수빈이 타석에 서자 KT는 투수를 좌완 조현우로 바꿨다. 과감하면서도 빠른 교체였다.


두산은 2번부터 6번까지 왼손타자를 배치했다. 조현우는 올 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158에 불과한 스페셜리스트다. KT는 데이터를 믿었다.

조현우 카드는 성공하는듯 보였다. 4회말 정수빈을 헛스윙 삼진으로, 호세 페르난데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김재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런데 김재환의 삼진 때 포수 장성우가 공을 잡지 못해 낫아웃 1루 진루가 이뤄졌다.

이 장면이 화근이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최주환이 타석에 섰다. 최주환은 왼손타자지만 좌투수 공을 잘 때리는 타자다. 조현우가 던진 초구가 폭투가 되면서 김재환이 2루 득점권에 진루했다.

그러자 KT는 또 한번 과감하게 움직였다. 1차전에서 6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고졸 신인 소형준을 등판시킨 것이다.

이강철 감독의 경기 전 공언과는 달리 소형준은 부담이 많은 득점권 위기에서 마운드에 섰다. 게다가 볼카운트 1볼 상황이었고 휴식일은 3일에 불과했다.

그래도 KT는 소형준을 믿었다. 데이터도 뒷받침됐다. 최주환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소형준을 상대로 9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게 야구다. 또 가을야구의 분위기는 베테랑에게 더 큰 집중력을, 신인에게는 더 큰 긴장감을 안기는 경우가 많다.

소형준은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 몰리자 시속 143km짜리 직구를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에 밀어 넣었다. 최주환은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고 타구는 오른쪽 담장 밖으로 날아갔다.

균형을 깨는 최주환의 투런홈런에 소형준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KT 덕아웃 역시 침묵에 잠겼다.

이후 소형준은 5회와 6회를 무난하게 막았다. 구위와 볼 배합은 1차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사전 공언대로 조금 더 편안한 상황에서 등판했다면 어땠을까.

두산은 KT를 2대0으로 누르고 3승1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결과론이지만 KT의 투수 교체가 또 한번 실패한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투수 교체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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