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쇳가루 속 불량마스크, 검은 눈물"…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마스크 뚫고 분진 들어와, 교체 문의해도 묵묵부답"
"코피 터지고 검은 눈물도 흘러, 노동환경 개선돼야"
현대차 "KSC 1급 인증 받아 불량 마스크 아니다"

쇳가루와 유리가루가 떠다니는 노동환경에서 "불량마스크를 쓴 채 일한다"는 대기업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전태일 열사 50주기에도 노동환경 개선과 비정규직·차별 철폐, 불법 파견 처벌을 외치고 있다.

◇"365일 쇳가루와 유리가루 날리는데 불량마스크"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내 소재 집진 설비장, 날리는 검은 분진에 앞이 보이질 않는다. 현대차의 하청을 받은 M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가 마스크를 벗자 입 주변까지 분진이 묻어 있었다. (사진=금속노조 전북지부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제공)
마스크를 벗은 한 노동자의 코와 입 주변까지 검은 분진이 묻어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내 소재 집진 설비장, 소재를 가공하고 발생하는 분진이 모이는 이곳엔 365일 쇳가루와 유리가루가 날린다.

현대차의 하청을 받은 M 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3월쯤 기존에 보급되는 3M 방진 마스크 대신 다른 마스크가 지급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새로운 마스크의 품질이 좋지 않아 얼굴과 마스크 사이의 틈이 아닌 면을 통해 분진이 들어온다"며 "불량마스크가 지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몇 차례 업체 측에 마스크 교체를 문의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소재 집진 설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곳이 현대차 전주공장 내에서 최악의 작업환경을 갖춘 곳이라고 말한다. 노동자가 분진을 삽으로 나르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전북지부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제공)
논란이 일자 업체는 지난 10일 기존의 3M 방진 마스크 20장을 지급했다. 하루에 필요한 마스크만 1인당 두 장 정도인데 노동자 12명에게 하루 분량도 안 된다.

이에 대해 현대차 전주공장 관계자는 "새로 지급한 마스크도 KSC 1등급 인증을 받은 마스크"라며 부족한 마스크 수량에 대해선 "3M 방진 마스크를 공급할 업체를 찾고 있어 조만간 지급이 안정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피에 검은 눈물까지…"사람이 일해선 안 되는 환경"


집진 설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마스크' 문제에 앞서 열악한 노동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해당 설비장에는 공기를 여과하고 걸러진 먼지를 배출하는 분진 집진기가 있다.

그러나 분진이 배출되는 통로가 양 끝단에만 있어 집진기 내부 중앙 쪽 스크루에 뭉친 분진은 노동자가 직접 손으로 퍼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이 잦지는 않지만 보통 한 번 들어가면 1시간에서 1시간 반 작업을 한다.

노동자들은 "해당 작업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코피가 터져 나오고 검은 눈물이 흐른다"며 건강에 이상이 올까 걱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소재 집진 설비장, 분진 집진기 내부에 스크루가 있다. 해당 스크루에 분진이 쌓이게 되면 노동자가 직접 들어가 분진을 손으로 퍼내야 한다. (사진=금속노조 전북지부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제공)
노조는 최소한의 설비 개선을 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전주 비정규직지회 김광수 사무장은 "사람이 직접 들어가지 않도록 중앙에도 분진을 배출할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며 간단한 설비 개선을 요구했다.

이어 "원청(현대차)에서도 이러한 노동환경을 알고 있다"며 "원청 직원이 '이 작업을 이렇게 해야 하나'라고 지적을 했음에도 개선이 없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전북지부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는 이번 일에 대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 외친 전태일 열사 50주기에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처참하다"며 "기계조차 돌아가기 힘든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아 숨 쉬는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고 노동환경이 나아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량 마스크 제공과 비정규직 차별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이날 오후 2시 40분부터 공장 앞에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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