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지진 3년…잊혀져가는 '이재민의 눈물' ② 아물지 않는 지진의 상처…'도시 재건이 관건' ③ 지진 트라우마, '가족·공동체' 회복이 답이다 ④ 이제는 희망이다…'가시화되는 재난 극복' |
포항지진의 상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곳은 3년이 넘은 지금에야 철거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현재 5개 동 중 3개 동이 철거된 상태로 이곳에는 '행복어울림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대성아파트에서 직선으로 40여 m 떨어진 한미장관 아파트는 지진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곳은 수차례의 정밀안전점검에서 4개동 모두 안전등급 C등급 판정을 받아 철거 대상에서 제외된 곳이다.
아파트 외벽 곳곳에는 지진으로 발생한 수많은 균열이 마치 혈관처럼 퍼져 있고, 일부 외벽은 힘없이 떨어져 나가 깊게 곪은 상처를 드러내고 있다. 아파트 출입구에는 혹시라도 외벽 파편이 떨어질 까봐 만들어놓은 안전펜스가 위태롭게 설치돼 있다.
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머물고 있는 흥해실내체육관도 최근에야 개보수 공사가 시작되는 등 흥해의 도시재건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 간의 이해관계와 보상액 문제, 정부의 예산 지원과 특별법 제정 지연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피자집을 운영하는 황명호(57)씨는 "지진 이후 많은 사람들이 흥해를 빠져나갔지만 3년이 다 된 지금까지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지진 이후 흥해는 동네 분위기 자체가 많이 가라앉았고 주민들도 예전의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옥자(여·62)씨는 "재개발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이곳은 밤 8시만 되면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유령도시가 된다"면서 "대성아파트는 철거작업을 위해 흰색 펜스를 쳐 놓아 마치 감옥소 담벼락 같은 기분마저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포항과는 달리 지난 2011년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일본은 재난 복구를 위해 '부흥마을만들기' 프로젝트를 시행해 지진의 상처를 이겨냈다.
피해자를 포함한 주민간의 커뮤니티 조성을 지원하고, 게센누마시 부흥사업을 마련해 토지구획정리사업 등 14개 사업을 시행해 주민들이 최대한 예전의 삶을 영위하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도 2012년 발생한 에밀리아로마냐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자 부흥계획을 세우고 도시의 역사성 및 장소의 아이덴티티를 살려 지역 활성화와 주민 삶 재건에 성공했다.
서울시립대 양승우 교수는 "일본은 주민들이 최대한 재해 이전의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운 반면, 우리는 주민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지며 기존 공동체가 해체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하루빨리 흥해에 대한 도시재생사업을 완료해 지역을 안정화시키고 주민들이 흥해에 대한 자부심과 동질감을 다시 느낄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세균 총리는 지난 7일 흥해를 방문해 "피해 주민들이 조속히 활력을 되찾도록 정부가 포항시와 협력해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포항의 도시재생이 재해 극복의 좋은 모델이 되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