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대표 A씨(28)는 12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필리핀 현지에서 두 번이나 탈옥을 한 것도 모자라 도피 중에도 버젓이 대한민국으로까지 마약을 판매해 온 피고소인(박씨)의 행위가 국내 송환을 앞당길 큰 명분이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족은 지난 9월 박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박씨가 필리핀에서 재판을 받고 있지만, 국내 검찰이 궐석(피고인 불출석) 상태에서 올해 안에 기소해 송환에 대한 의지를 보여달라는 취지다. 1997년 벌어진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징역 20년형이 확정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의 경우에도 검찰은 2011년 궐석 상태로 기소한 바 있다.
A씨는 "(검찰에서) 피의자가 국내에 있지 않아 기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말씀을 하시는 바람에 실망이 매우 컸다"며 "필리핀에선 살인사건으로 기소가 되었는데 왜 우리나라에선 물증이 너무 명백함에도 신병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소를 할 수 없다는 것인지 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소인은 공범과 함께 소중한 세 명의 생명을 앗아간 것도 모자라 두 차례나 탈옥하고 현지에서 버젓이 마약을 국내로 유통시키기까지 한 흉악범"이라며 "피해자 유가족은 하루하루의 삶이 무너져가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유족을 지원하는 안민숙 피해자통합지원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역시 탄원서를 통해 "현재 유가족 및 박씨의 송환을 촉구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기소라도 해달라고 요청 드린다"며 "박씨의 송환을 위해 필리핀 사법 당국에 작은 단서라도 제공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한편 박씨는 2016년 10월쯤 필리핀 팜팡가주(Pampanga)의 한 마을 인근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을 총으로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의 공범 김모씨는 범행 이후 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경찰에 붙잡혔고,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3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박씨는 2016년 당시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됐지만 2017년 탈옥해 두 달 만에 붙잡혔고, 지난해 10월 재차 탈옥했다. 이후 지난달 28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됐다.
박씨가 처음 붙잡힌 2016년 당시, 필리핀 당국은 박씨에 대한 추방명령을 내리고 우리 정부는 송환을 준비하는 등 송환 절차가 진행됐다. 하지만 박씨의 연이은 탈옥으로 긴밀한 대응에 실패했고, 결국 필리핀에서 박씨가 기소돼 현지 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씨의 송환을 위해선 필리핀 당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경찰의 경우 박씨의 신속한 송환을 위해 필리핀 당국 및 국내 법무부와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청은 다음주쯤 법무부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박씨 송환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할 것"이라며 "양국 간의 협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