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2일 오전 10시 20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활물류서비스산업법에 대한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입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책위는 "택배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국민적인 요구에 이제 국회가 화답할 차례"라고 했다.
이들은 "올해만 15명이 과로로 쓰러져 사망했고, 지금도 택배 노동자들은 사선을 넘나들며 배송을 하고 있다"며 "이번 국회에 발의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법의 제정은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방지하고 열악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지난달 8일 대표발의한 생활물류법은 나흘 뒤인 12일 국토위에 회부됐다. 이제 국회에서 지난한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토위는 오는 19일 공청회를 개최한다.
생활물류법은 택배사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게 골자다. 표준계약서 작성, 과로 방지 등 택배기사 처우를 개선하는 안도 담겼다.
대책위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자체 조사를 통해 국토위 소속 의원 29명(정정순 의원 제외)에게 생활물류서비스산업법 제정에 대한 찬반 입장을 물었고, 그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29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15명만이 찬성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법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반응은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10명 가운데 9명은 답변하지 않거나, 답변을 미뤘다. 송석준 의원만이 "화물업계와 의견 조정을 전제로 '조건부 찬성'"이라고 답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원청의 책임 부과가 현격히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다"며 답변을 유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답변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미답변과 답변 회피에 심각한 우려를 보낸다"며 "생활물류서비스산업법은 지난 20대 국회 때 발의돼 논의된 적이 있으나,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동참과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최근 연이어 발생된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는 지난 20대 국회 때 생활물류서비스산업법이 무산된 것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며 "국민의힘은 택배 산업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닌 화물업계의 일부 반대 의견을 핑계로 법 제정에 주저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택배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지난 20대 국회 때와 똑같은 과오를 범할 경우, 그 책임을 면하기 힘들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화물·용달차 등 화물업계는 법 통과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이 제정되면 택배 사업자가 많아져 이들이 운송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에 국민의힘은 생활물류법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차원으로는 처음으로 배달·택배업 노동자들을 국회로 초청해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4차 산업사회로 이동하면서 고용 구조 자체가 여러 형태로 변경되고 있기 때문에 (노동관계)법이 거기에 적합한지 검토할 시기"라며 "새 시대에 알맞은 노동관계를 설정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