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윤석열 총장을 때릴 수록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은 민심이 동요하고 있는 반증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역시 정부 심판론이 거세졌다면서도 자당 소속 잠룡들은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야권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현상을 마냥 좋게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윤석열, 反민주 텃밭에서 기세등등…與 "민심 흐름 엄중하게 봐야"
여론조사업체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성인 남녀 1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윤 총장 지지율은 24.7%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한길리서치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2.2%,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8.4%를 기록했다.
오차범위 내긴 하지만 윤 총장이 여야 통틀어 1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워온 윤 총장을 야권의 대안으로 본 결과로 분석된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대선주자도 제역할을 해야 하고 당도 더 분발해야 한다"며 "정부와 갈등을 빚으며 소신 있는 검찰 이미지로 뜬 만큼 추 장관도 점잖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도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의 갈등에 대해 "국민이 걱정이 많고 편치가 않다"며 "윤 총장은 자숙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에 대해 "검찰개혁을 위해 수고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추 장관은 지난 6월 민주당 초선의원 혁신포럼에서 "(윤 총장이) 장관의 말을 겸허히 들었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해서 더 꼬이게 했다"고 한 것을 시작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윤석열 때리기'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정 총리의 경고가 나온 다음날에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다면 사퇴하고 정치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몰아세웠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선 추 장관이 오히려 검찰개혁에 당파성을 불어넣은 탓에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만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윤 총장을 대권 후보로까지 키워줬다고 보는 시각이 크다.
다만 윤 총장의 지지율을 '거품'으로 보고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다른 수도권 민주당 초선의원은 "민심의 흐름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현실적으로 계산해보면 윤 총장이 어느 당 대선 후보로 나올 수 있겠냐"고 평가 절하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의원들도 윤 총장을 마뜩찮게 보고 있다. 자당 인사가 아닌 만큼 통제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지금 윤 총장의 지지율이 높은 건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받아낼 지향점이 없어서 그런 거지, 어떤 시점이 되면 대선 도전은 어려워질 것"이라며 "야당 후보가 떠오르게 되면 우리도 그 정도 지지율 이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정권 심판론이 서서히 가시화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야당의 인물난이 지속될까봐 고심이 깊은 모습이다. 또 각을 세우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현직 검찰총장이자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직격한 윤 총장에 대한 불신과 배신감도 크다.
또다른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윤 총장의 지지율이 높아질 수록 당내 후보들은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며 "반기문 전 UN총장, 고건 전 국무총리 등의 사례를 보면 당 외부에서 뜨던 후보들이 실제 대선에는 출마조차 못하거나 엎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