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3년…잊혀져가는 '이재민의 눈물'

[창립20주년 기획특집①]

11월 15일, 포항지진 발생 3주년을 맞는다.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진상규명과 피해복구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무너진 지역 경제는 여전히 침체에 있고 이재민들의 삶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포항CBS는 지진 3년을 맞아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보는 '창립20주년 기획특집'을 4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지진 3년…잊혀져가는 '이재민의 눈물'
②아물지 않는 지진의 상처…'도시 재건이 관건'
③지진 트라우마, '가족·공동체' 회복이 답이다
④이제는 희망이다…'가시화되는 재난 극복'


10일 포항 흥해체육관내 이재민들이 생활하는 텐트 모습. (사진=김대기 기자)
경북 포항 장량동 LH임대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는 남중호·신순옥씨 부부. 이들은 지진 이후 2년을 꼬박 흥해체육관에서 보내다가 1년 전 이곳에 입주했다.

몸은 편해졌지만, 포항시와 LH가 반반씩 지원해 주는 임대주택 계약기간이 1년 뒤 면 끝나 걱정이 앞선다.

남중호(73)·신순옥(64·여)씨는 "체육관에 딱 2년을 있었다. 몸에 골병이 들었다. 여진도 있었고 아무튼 다시는 생각하기 싫은 시간이다"면서 "여기에 들어오니 몸은 편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부부는 장량동에 산지 1년이 된 지금도 병원, 세탁소, 시장 할 거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흥해를 찾는다.


평생을 살아온 삶의 터전을 쉽게 바꿀 수 없어 집으로 돌아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 부부는 "집에 가고 싶은데 큰방 벽에 난 금을 보면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다"면서 "조그맣게라도 살 내 집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지진에 건물 곳곳이 갈라져 구조물 낙하에 대비해 비계를 설치한 한미장관 아파트 모습. (사진=자료사진)
남씨 부부처럼 임대주택으로 들어온 이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진이 발생한지 3년이 됐지만 한미장관 주민 20여 명은 일자리, 자녀학교 등의 이유로 지금까지 흥해체육관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한미 장관 주민들은 "집안 곳곳에 금이 가고 물이 센다"고 입을 모은다. 체육관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매일 집에 가서 밤낮으로 환기 시키지 않으면 곰팡이 천지가 된다"고 전했다.

체육관 생활이 길어지면서 몸과 마음은 지치고 쇠약해졌지만 또 다시 겨울을 맞고 있다.

잠을 잘 때 투터운 외투를 입어야 잠을 청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주던 핫팩도 올해부터는 지급되지 않는다. 추위에 1평 남짓한 텐트 안에 있다가 식사시간이 되면 배달된 음식을 먹고 잠시 모여 TV를 보다 다시 텐트로 들어간다.

갈라진 벽 사이로 물이 스며들면서 천장이 내려앉은 한미장관아파트 내부 모습. (사진=자료사진)
지진 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저녁 시간', '일상'은 남의 일이 된지 오래이다.

전은영(45·한미장관 주민)씨는 "같이 생활을 하다보니 편하게 누워 있지도 못하고 직장은 나가야 된다"면서 "희망이 있으면 고통을 이겨낼 수 있지만 희망이 없으니 더 힘들고 우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하루하루를 보내다 문득 우리는 버려진 존재, 잊혀진 존재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는 며칠 전에 정세균 총리가 왔을 때 여기를 오지 않는 게 설명이 안된다"고 말했다.

지진특별법이 시행됐다고 하지만, 한미장관 같은 지진피해 사각지대에 놓은 이들에겐 남의 이야기이다.

포항시의회 지진특위 백강훈 위원장은 "지진 3년쯤 해서 지진특별법 시행, 정부·경북도·포항시 등 각계의 도움을 주는 점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재민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고 있다"면서 "마지막 한 명까지 보금자리에 돌아갈 때까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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