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지진 3년…잊혀져가는 '이재민의 눈물' ②아물지 않는 지진의 상처…'도시 재건이 관건' ③지진 트라우마, '가족·공동체' 회복이 답이다 ④이제는 희망이다…'가시화되는 재난 극복' |
몸은 편해졌지만, 포항시와 LH가 반반씩 지원해 주는 임대주택 계약기간이 1년 뒤 면 끝나 걱정이 앞선다.
남중호(73)·신순옥(64·여)씨는 "체육관에 딱 2년을 있었다. 몸에 골병이 들었다. 여진도 있었고 아무튼 다시는 생각하기 싫은 시간이다"면서 "여기에 들어오니 몸은 편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부부는 장량동에 산지 1년이 된 지금도 병원, 세탁소, 시장 할 거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흥해를 찾는다.
평생을 살아온 삶의 터전을 쉽게 바꿀 수 없어 집으로 돌아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 부부는 "집에 가고 싶은데 큰방 벽에 난 금을 보면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다"면서 "조그맣게라도 살 내 집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지진이 발생한지 3년이 됐지만 한미장관 주민 20여 명은 일자리, 자녀학교 등의 이유로 지금까지 흥해체육관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한미 장관 주민들은 "집안 곳곳에 금이 가고 물이 센다"고 입을 모은다. 체육관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매일 집에 가서 밤낮으로 환기 시키지 않으면 곰팡이 천지가 된다"고 전했다.
체육관 생활이 길어지면서 몸과 마음은 지치고 쇠약해졌지만 또 다시 겨울을 맞고 있다.
잠을 잘 때 투터운 외투를 입어야 잠을 청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주던 핫팩도 올해부터는 지급되지 않는다. 추위에 1평 남짓한 텐트 안에 있다가 식사시간이 되면 배달된 음식을 먹고 잠시 모여 TV를 보다 다시 텐트로 들어간다.
전은영(45·한미장관 주민)씨는 "같이 생활을 하다보니 편하게 누워 있지도 못하고 직장은 나가야 된다"면서 "희망이 있으면 고통을 이겨낼 수 있지만 희망이 없으니 더 힘들고 우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하루하루를 보내다 문득 우리는 버려진 존재, 잊혀진 존재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는 며칠 전에 정세균 총리가 왔을 때 여기를 오지 않는 게 설명이 안된다"고 말했다.
지진특별법이 시행됐다고 하지만, 한미장관 같은 지진피해 사각지대에 놓은 이들에겐 남의 이야기이다.
포항시의회 지진특위 백강훈 위원장은 "지진 3년쯤 해서 지진특별법 시행, 정부·경북도·포항시 등 각계의 도움을 주는 점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재민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고 있다"면서 "마지막 한 명까지 보금자리에 돌아갈 때까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