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마땅한 대화 창구조차 없기에 중재 역할이 시급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중재' 재시동…바이든 당선에 대한 北 첫 반응 초미 관심
정부는 일단 미국 차기 행정부와의 공조·협력에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 회의에서 "미국 민주당 정부는 한국의 민주당 정부와 평화프로세스를 긴밀히 공조하고 협력해온 경험이 있다"며 향후 정세를 낙관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신 행정부가 6.12 싱가포르 선언 등 북미 간 기존 합의를 존중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자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내심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랐을 북한의 태도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 어떤 첫 반응을 보일지가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양측은 '미친 개' '깡패' 같은 험한 말을 주고받은 사이다.
북한은 바이든 당선이 확정된 지 사흘째인 10일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도 고려해야 하기에 고민이 많을 듯하다.
◇北이 먼저 몸 낮출 필요…美 선거 후유증 등으로 대외 관심도 떨어져
바이든 행정부에선 관심도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와 경제난, 인종 갈등에다 심각한 선거 후유증까지 겹치면서 밖으로 눈을 돌릴 여력이 많지 않다.
설령 우리 정부가 필사적 노력으로 북한 문제를 바이든의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해도 걸림돌이 적지않게 남는다.
트럼프 7천만 지지표가 말해주듯 바이든이 승리했지만 트럼피즘은 건재하다. 의회 장악력은 여전히 불안하고, 고령(77세)의 바이든이 단임에 그칠 가능성이 벌써부터 거론된다. 여러모로 취약한 정권인 셈이다.
여기에다 바이든 스스로가 바텀업(상향식) 협상을 공언해왔듯 신중한 입장이며 참모진 상당수가 대북 강경파로 이뤄졌고, 바이든의 지지층 자체가 일단 국내문제에 집중할 것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남북이 먼저 움직여야 북미회담 성사…싱가포르 합의 등 과거 성공사례가 증명
북한의 도발 자제는 필수 요건이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호감도는 세 차례의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저(100점 만점에 19점)로 떨어졌다. 미국을 움직이려면 그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도 할 말이 많다. 핵·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고 일부 시험장은 폐기까지 하는 등 이미 충분히 양보했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에 속았다는 울분을 엉뚱하게도 한국에 터뜨리는 판국이다. 억울하지만, 꽉 막힌 정세를 뚫는 마중물을 찾아내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중재자의 몫이다.
다행히 북핵 협상 30여년 역사는 많은 우여곡절만큼이나 참고할 만한 선례도 제공한다.
북미 공동 코뮤니케에 앞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이 4개월 전 열렸고, 싱가포르 회담은 그 2개월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회담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이 뜻을 모았을 때 비로소 한반도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갔음을 역사가 증명한다.
◇'친서외교' 트럼프는 가고 南 '패싱' 불가능…셈법 바꿔야 북미대화 선순환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바이든 집권으로 북한으로선 (북미대화의) 문턱이 더 높아졌고 (미국에) 상당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혼자로선 부족하고 어떤 식으로든 남북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미후남 전략이 폐기처분돼야 할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동족보다 미국을 앞세우는 고약한 셈법으로 인해 한국 내 실망과 분노, 통일에 대한 회의감마저 팽배하다.
이 와중에 희한한 것은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이 뜻밖에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의 안부를 물으며 "북과 남이 굳건하게 두 손 잡는 날"을 기원한 사실이다.
남북대화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야 문재인 정부에 힘이 실리고 미국도 한국 입장을 중시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북미대화를 더욱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가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 출발점은 바로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다. 이것이 북한이 언필칭 외치는 '우리 민족 우선주의'에도 부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