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 이원면 수묵리에서 사는 김모(67)씨는 지난 6일 애써 말린 곶감 500여개를 도난당했다.
서리 맞은 감을 따 껍질 벗긴 뒤 하나씩 꼬챙이에 꿰어 햇볕 잘 드는 곳에 내놓고 말리던 것이다.
곶감 1상자(30개 안팎) 가격이 3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크지 않지만, 정성 어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됐다.
김씨는 "제사상에 올리려고 준비했는데, 곶감 꽂은 꼬챙이까지 들고 갔다"며 "피해도 피해지만, 며칠간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농산물 수확 철이 접어들면서 농촌지역 곳곳에서 절도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10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충북에서 발생한 농산물 절도 사건은 257건이다.
연도별로는 2016년 70건, 2017년 64건, 이듬해 49건으로 줄어들다가 지난해 74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올해도 34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올해 농산물 절도 사건의 특징으로 생계형 소액 절도가 늘었다는 점을 꼽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팍팍해진 서민들의 삶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5일에는 충주 주덕읍에서 남의 밭 고들빼기를 몰래 캐간 6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또 지난 5월 제천시 신월동에서는 텃밭에 심은 땅두릅 500g이 감쪽같이 사라졌고, 7월 제천시 화산동에서는 고추 1㎏을 훔친 사람이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은 "과거에는 빈집 창고를 털거나 인적 드문 농경지에 차량을 대고 농산물을 실어 가는 사례가 많았는데, 올해는 생계형 좀도둑이 많다"고 분석했다.
농산물 절도의 경우 검거율이 높지 않다. 도시에 비해 CCTV가 부족해 현장 확인이나 절도범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6∼2019년 충북에서 발생한 절도사건 중 범인이 잡힌 경우는 114건으로 전체의 44.4%에 불과하다.
그나마 2016년 32건(45.7%), 2017년 44건(68.8%), 2018년 18건(36.7%), 2019년 20건(27%)으로 해가 갈수록 검거율이 내려앉는 추세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수확철 농산물 절도 예방을 위해 주민이 희망한 시간과 장소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탄력순찰제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은 "수확철 빈집털이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자물쇠로 문단속을 잘하고 미리 가까운 경찰관서에 탄력순찰을 요청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CCTV가 없는 곳은 차량 블랙박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창고 주변에 주차해 놓으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