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조현병 딸 간병하다 끝내…엄마의 비극적 선택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조현병을 앓고 있던 딸을 오랜 시간 돌보다 살해한 엄마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여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오랜 기간 정신질환을 앓던 피해자를 정성껏 보살펴 왔다 해도 자녀의 생명에 관해 함부로 결정할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중학생이던 딸이 조현병 등 질병을 앓게 되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3년간 딸을 돌봤다. 지속적인 간호와 치료에도 딸의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A씨는 지난 5월 집에서 잠을 자던 딸을 살해했다.

변호인은 A씨가 당시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등 심신미약 상태였으며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있으면 딸을 살해할 수 없어 남편이 없을 때 살해했다"고 말한 점 등을 들어 변호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계속된 노력에도 피해자의 상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차츰 심신이 쇠약해져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보호의 몫 상당 부분을 국가와 사회보다는 가정에서 감당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런 비극적인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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