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준, '두산 킬러'에서 이제는 KT의 大투수로

프로야구 KT 위즈의 영건 소형준 (사진=연합뉴스)

KT 위즈가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첫 경기 선발투수로 외국인 원투펀치 대신 신인 소형준을 낙점했을 때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그리 놀란 눈치는 아니었다.

김태형 감독은 "깜짝 선발은 아니"라며 "우리 두산을 상대로 잘 던졌기 때문에 1선발로 낸 것 같다. 누가 나와도 어차피 공략을 해야 하니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2020시즌 개막을 앞두고 신인 소형준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켜 결과적으로 대박을 터뜨린 이강철 KT 감독은 "소형준이 1차전에서 소위 미쳐주는 선수가 되면 좋겠다"면서도 "아니다. 부담될 수 있으니 하던대로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때 보여준 모습만 그대로 보여줘도 충분하다는 자신감이었다.

근거는 충분하다. 소형준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두산에 강했다. 총 여섯 차례 마운드에 올라 3승1패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했다.

좋은 기억이 많았다. 지난 5월8일 잠실 원정에서 두산을 상대로 5이닝 2실점으로 잘 던져 프로야구 데뷔전을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6월3일 두산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올 시즌 자신의 최다이닝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소형준이 정규리그 때 '두산 킬러'로 명성을 날렸다면 가을야구 데뷔 무대에서는 '빅게임 피처(Big-game pitcher)'로서의 가능성을 널리 알렸다.

소형준은 9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BO 리그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⅔이닝동안 탈삼진 4개를 곁들이며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소형준은 1회초 첫 타자 정수빈을 유격수 실책으로 내보낸 뒤 4회초 2사에서 김재환에게 2루타를 맞을 때까지 11명의 타자를 연속으로 아웃 처리했다.

7회초에는 2안타와 1볼넷을 내줘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이때까지 투구수 100개. KT는 투수를 주권으로 바꿨고 소형준은 포수 장성우를 향해 모자를 벗고 인사한 뒤 동료들의 환대 속에 덕아웃을 향했다.

KT 위즈 선발투수 소형준(사진 가운데)이 9일 고척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두산과의 1차전에서 2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뒤 동료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권이 오재원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소형준은 데뷔 첫 포스트시즌 등판 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쳤다.

소형준은 이날 전혀 신인 같지 않았다. 최고 시속 148km를 찍은 투심패스트볼과 커터를 주무기로 삼아 과감한 몸쪽 승부를 펼쳤고 제구 역시 날카로웠다.

타구장에 비해 내야 타구 속도가 빠른 고척돔의 특성 때문인지 내야에서 실책 2개가 나왔지만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는 배짱을 보였다.

소형준을 중용한 이강철 감독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4일 휴식' 로테이션을 선호하는 관계로 그의 2,5차전 등판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지만 KT 전력분석팀은 소형준의 1차전 선발에 이견을 달지 않았을 정도로 구위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소형준은 왜 자신이 KT의 역사적인 창단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선발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 충분히 증명했다. KT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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