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8일 정근우의 은퇴 소식을 발표했다. 부산고-고려대 출신 정근우는 200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SK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 한화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은 뒤 2020년 2차 드래프트에서 LG로 이적했다.
통산 1747경기 타율 3할2리 1877안타 121홈런 722타점 371도루를 기록했다. 골든글러브 2루수 부문에서 2006년과 2009년, 2013년까지 3회 수상했다.
개인 타이틀도 2회 수상했다. 주로 테이블 세터로 활약한 정근우는 2009년 98득점, 2016년 121득점으로 1위에 올랐다. 기회에도 강했다. 정근우는 KBO 리그 최다인 16개의 끝내기 안타 기록을 보유 중이다.
호타준족을 자랑했다. 정근우는 2006년 45도루, 2008년 40도루, 2009년 53도루 등 2000년대 후반 SK 왕조의 발야구를 이끌었다. 2016년까지 11년 연속 20도루라는 KBO 최초 기록도 세웠다. 2016년에는 18홈런 88타점, 장타율 4할7푼2리 등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물오는 방망이 실력을 뽐냈다.
특히 정근우는 국제용 선수로도 명성을 떨쳤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전승 금메달 역사에 힘을 보탰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년 WBSC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 등극에 기여했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정근우는 이용규(35)와 막강한 테이블 세터진을 이뤘다. 정근우가 8경기 타율 3할1푼 5득점 1도루, 이용규가 9경기 타율 4할8푼1리 8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당시 정근우의 세리머니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70cm 정도의 작은 선수가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 육중한 체구의 거포처럼 자못 거만한 표정으로 1루를 향해 여유있게 뛰어가는 모습이다. 마운드 위의 190cm 가까운 존슨을 압도했다.
이에 앞선 미국전에서도 정근우의 존재감을 빛났다. 6 대 7로 뒤진 9회말 대타로 나와 좌선상 2루타로 출루한 뒤 1사 3루에서 이택근의 내야 땅볼 때 과감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천금의 동점을 만들었다. 본인도 "정말 살이 떨렸다"고 할 정도의 긴장된 장면이었고, 득점에 성공한 뒤 "정말 짜릿했다"고 돌아본 8 대 7 끝내기 승리의 발판이었다.
그런 정근우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는 이제 팬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됐다. 당시 정근우와 우승을 합작한 82년생 동갑내기 황금 세대 중 한화 레전드 김태균은 이미 지난달 은퇴를 선언했다. 이대호(롯데)와 오승환(삼성)은 현역 연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정근우는 LG 구단을 통해 "그동안 앞만 보고 힘들게만 달려와서 당분간 쉬면서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려고 한다"고 은퇴의 변을 남겼다. 이어 "지금까지의 선수 생활을 아름답게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주신 구단에 감사하고 그 덕분에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팬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정근우는 "그동안 항상 응원해주시고 아껴주신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작은 거인' 정근우가 야구 인생 제 2막을 어떻게 펼쳐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