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완전히 장사를 파한 것은 아니다. 주인이 퇴근한 밤 12시부터 아침 9시까지는 스마트 판매 시스템이 작동하며 무인 상점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출입문에 신용카드를 갖다 대면 출입문이 열리고 살 물건을 골라 무인 계산대에 올려 고객이 직접 바코드를 찍고 신용카드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나이 확인이 필요한 술과 담배 종류는 무인 판매 시간에는 판매가 자동 차단된다. 도난 방지용으로 설치된 CCTV 12대는 24시간 작동된다.
이 슈퍼 주인 최제형씨는 "10여일 동안 시범 운영해 본 결과 심야 손님들이 꽤 많이 찾았다"며 '스마트슈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순대국집은 최근 '스마트 주문'시스템을 갖췄다. 직원들이 고객들을 찾아 다니며 일일이 주문을 받는 대신 '무인 주문 시스템'을 설치해 고객들이 직접 주문하도록 했다.
이 식당 주인 이규엽씨는 "젊은 층만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6,70대 고령층도 손쉽게 셀프 주문을 하고 있다"며 "지금은 손님의 90% 이상이 스마트 주문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골목 상권이 '스마트'해지고 있다. 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스마트주문'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고 동네 슈퍼도 심야시간 스마트 판매시스템을 통해 무인 판매를 시작하는 등 '스마트상점'이 퍼져 나가고 있다.
옷가게나 미용실에서는 가상현실(VR) 또는 증강현실(AR)을 통해 나에게 맞는 옷이나 머리 모양을 미리 맞춰보는 시스템도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 가내 수공업인 '공방'도 자동화 시스템으로 공정 일부를 자동화하는 '스마트공방'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처럼 골목 상권이 스마트해지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다. 앞서 예로 든 사당동의 동네 슈퍼는 2년전 바로 맞은 편에 대기업의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30%나 급감하는 등 존폐 위기에 처했었다. 부부와 자녀 두명까지 나서 가게 운영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급감한 매출을 만회하려 했지만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편의점에 '맨몸'으로 맞서기는 무리였다.
결국 동네 슈퍼의 선택은 인건비를 추가하지 않으면서도 지속 가능하게 슈퍼 운영시간을 늘릴 수 있는 '스마트 무인 판매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었다.
순대국집의 스마트한 선택도 역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고객들이 대면 접촉을 꺼려하면서 매출이 줄어들자 비대면 주문 시스템에 투자한 것이다.
스마트 주문 시스템으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자영업자들에게는 또다른 매력이다.
출입 인증 장치와 무인 계산대, 보안 장비 등을 갖춘 스마트슈퍼를 오는 2025년까지 4천개 육성하고 업종별 특성에 맞는 스마트상점도 역시 2025년까지 10만개 만들 방침이다.
같은 기간 스마트공방도 1만개를 조성하고 전통시장도 5백곳을 선정해 온라인 주문과 배달 등이 가능한 디지털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골목 상권의 스마트화에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화가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다.
동네 슈퍼의 경우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시간을 늘렸지만 상품 구성이나 상품 가격 측면에서 대기업 편의점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슈퍼 주인 최씨는 ""가장 부족한 부분이 상품 구성"이라며 "대기업 편의점처럼 다양한 물건을 대량으로 싸게 공급할 수 없어 스마트슈퍼로 가더라도 생필품 위주로 상품을 구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외에 유통과 물류 부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시설 지원 외에 물류와 마케팅의 스마트화도 지원할 방침"이라며 " 스마트슈퍼에 간편식이나 지역 농특산물, 유아동 제품 등 신규 상품을 확충해 동네 슈퍼의 고질적 문제인 상품 경쟁력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양한 도매공급처 확보하고 신속한 배송체계 구축해 올해 안으로 민간 배달앱과 함께 모바일 배송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화가 추진되면서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주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매력이지만 고용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스마트 주문 시스템을 갖춘 순대국집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준다.
식당 주인 이씨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무인 주문 시스템을 들인 것은 아니다"며 "직원들이 주문받을 시간을 고객들에게 더 투자할 수 있게 돼 서비스 질이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따라서 무인 주문 시스템을 갖췄다고 해서 직원들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