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발리뷰]OK금융그룹, 그들에게 선수단·팬들은 안중에 없었다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를 오히려 질책하는 사무국
연루 인사, 대화 내용은 방담 수준을 넘어서
팀 응원하던 팬들 철저히 무시한 처사

글 싣는 순서
①[단독]OK금융그룹, 고의패배 지시 의혹…KOVO는 '혐의 없음'
②[단독]"회장님, 면목 없습니다"…OK금융 고의패배 지시 의혹 전말은?
③OK금융그룹, 그들에게 선수단·팬들은 안중에 없었다
④OK금융그룹 '고의 패배 지시', 왜 '승부조작'이 아닐까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노컷발리뷰]는 배구(Volleyball)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CBS노컷뉴스의 시선(View)이라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발로 뛰었던 배구의 여러 현장을 다시 본다(Review)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코트 안팎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배구 이야기를 [노컷발리뷰]를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구단 수뇌부에서 고의패배를 지시한 정황이 포착된 OK금융그룹. 한국배구연맹(KOVO)은 해당 건을 '혐의없음'으로 판단하고 관계자 징계 없이 사건을 종결했지만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에 있는 선수단에 떠넘겨졌다.

KOVO는 지난 8월 상벌위원회(상벌위)를 열고 OK금융그룹의 고의패배 지시 의혹 사건에 대해 심의 끝에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구단 고위층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구단 고위층에서 고의패배를 모의했으나, 경기에서 팀이 이기자 결과를 질책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KOVO는 OK금융그룹이 해당 경기에서 이겼고 지시가 감독, 코치진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일단락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자세히 뜯어보면 구단이라는 이름 아래 한 가족이라 생각했던 사무국과 현장의 온도 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고의 패배 의혹의 시발점은 단순히 계산기를 두들기듯 다음 시즌 선수 선발에만 포커스를 맞췄던 사무국이다. 이를 모의하는 과정에서 매 경기를 앞두고 승리를 위해 전략, 전술을 고민하는 감독, 코치진의 노력과 구슬땀을 흘리며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자세, 마음가짐 등은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사실상 '그깟 공놀이'로 바라본 셈이다.

특히 경기 이후 특정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쳤음에도 사무국 고위관계자들 간에 칭찬은커녕 오히려 질책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그동안 한솥밥을 먹는 선수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구단 사무국이 고의패배를 모의한 경기는 2019년 3월 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경기다. 당시 팀은 김세진 감독이 이끌고 있었고 현 사령탑인 석진욱 감독은 수석코치였다. 두 사람 모두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부인하면서 경기를 준비하고 임하는 자신들의 진정성을 호소했다.

김 전 감독은 "당시 우리가 경기에서 이기면 안 된다는 얘기를 전달받은 것이 없다.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벌위에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해명했다.

(이미지=김성기 기자)
석 감독 역시 "그동안 제가 어떻게 선수들을 지도했고, 시합을 어떻게 준비했는지를 안다면 그런(고의 패배) 지시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단장이 감독, 코치진에 지시했다고 하는 시점이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얘기를 들은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석 감독은 그러면서 선수들을 가장 먼저 걱정했다. OK금융그룹은 올 시즌 5연승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거 사무국에서 고의패배를 모의했다는 내용이 알려진 만큼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선수들 역시 배신감을 느낄 수 있는 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팬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도 완전히 배제됐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경기에서 패하길 바라는 팬은 없다. 경기장을 찾아 목청껏 선수들을 격려하고 박수를 보냈던 팬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절대 이러한 행태를 보여선 안 됐다. 팬들은 안중에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다.

OK금융그룹 사무국은 고의패배 모의를 소수 인원만 나눈 방담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주고받은 대화, 그리고 여기에 연루된 인사들의 직책을 고려한다면 결코 가볍지 않은 수준이다.

승리를 위해 흘린 선수들의 피와 땀은 무시한 채 탁상행정으로 승패를 가볍게 여긴 OK금융그룹. 가슴에 구단 엠블럼을 달고 코트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결과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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