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으로 추정되는 북한 남성이 발견된 다음날인 5일 최북단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마을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조용한 분위기였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주민들에게서 지난날의 분위기를 엿들을 수 있었다.
주민 박모(78)씨는 "누가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모르고 있다가 나물을 채취하러 주민들이 산을 가는데 전방으로 가지 못하게 막고, 그제야 뉴스를 본 후 알게 됐다"며 "그냥 기어 나온 것도 아니고 철조망을 넘을 동안에 군은 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서 태어나 자랐는데, 아무래도 최북단에 살다 보니 귀순 사건만 터지면 불안하고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주민 홍모(69)씨는 "철조망 관리가 너무 허술한 것 같다"며 "저희는 전방에 군인을 믿고 사는데 정말 좀 더 긴장하고 책임감 있게 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0년 넘게 슈퍼를 운영 중인 김모(60)씨는 "아휴.. 대체 왜 자꾸 넘어오는지 모르겠어"라고 혀를 차며 "노크 귀순 사건 이후로 첨단장비를 설치하는 등 후속대책을 마련했다고 하던데 너무 장비만 믿고 태만해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북한 주민 귀순으로 지난 4일 하루 운영이 중단했던 통일전망대와 DMZ(비무장지대)박물관은 이날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감시장비에 포착되기 전 철조망을 넘을 때, 이를 감지할 수 있는 '철조망 감지센서(광망)'이 울리지 않으면서 '감시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조망 감지센서는 사람이나 동물이 철조망에 닿으면 센서가 울려야 한다. 이후 신속 대기조가 즉각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센서가 울리지 않으면서 기계 오작동이나 결함 등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철조망 감지센서는 민간이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군 당국은 북한 주민이 철조망을 넘을 당시 센서가 작동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해당 주민은 발견 당시 순순히 우리 측 군 지시를 따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까지는 귀순을 목적으로 남한으로 내려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성 지역은 지난 2012년 '노크 귀순'이 발생한 곳으로, 8년 만에 또 경계가 뚫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당시 북한군 병사 1명은 우리 측 GOP까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도달, 문을 두드리고 귀순 의사를 밝혀 큰 파문이 일었다. 첨단장비 도입에도 '또' 경계가 뚫리면서 최전방 경계태세에 대한 후속 조처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