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구 K식당은 2019년 1~10월까지 트러스트올로부터 총 3억 7000만 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트러스트올은 옵티머스가 관계사들을 거쳐 세탁한 자금을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용도의 중간 경유지로 지목된 회사다.
K식당에 처음 돈이 들어간 때는 지난해 1월 15일이다. 트러스트올은 이때 1억 5000만 원씩 두차례에 걸쳐 총 3억 원을 보냈다. K식당이 세워진 2018년 9월로부터 4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3억 원을 단순히 초기 투자금의 성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후 한동안 지급이 없다가 지난해 9월 두 차례에 걸쳐 5000만 원이 트러스트올에서 K식당으로 빠져나갔다. 10월에도 2000만 원이 추가로 K식당에 꽂혔다. 한 달 남짓 기간 동안 총 7000만 원이 K식당에 들어간 것이다.
결과적으로 트러스트올에서 K식당에 흘러간 돈은 총 3억 7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들을 속이고는, 전혀 엉뚱한 식당에다가 펀드 자금 수억원을 보낸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 흐름이다.
K식당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하고 있다. 일식 코스 요리를 주로 제공하는 이 식당에서는 유명 호텔 출신 주방장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녁 식사 비용은 1인당 8만~13만 원대로 2층짜리 단독 건물을 모두 쓰고 있으며, 공용석에 독방도 갖추고 있다.
K식당은 2018년 9월 A씨(34)가 개업해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CBS 취재 결과, A씨는 K식당에 옵티머스 세탁 자금을 지급한 트러스트올에서도 사내이사직을 맡았다. 외관상 드러나지 않는 K식당과 트러스트올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A씨는 옵티머스 펀드의 부실 문제가 시장에 소문나기 시작한 지난 3월 K식당 대표에서 물러났다. 금융감독원의 옵티머스 서면조사가 이뤄진 올해 4월 28일 직전에는 트러스트올 사내이사 자리에서도 사임했다.
A씨는 트러스트올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저는 트러스트올과 전혀 관련이 없다. 직원일 뿐인 데다 오히려 피해자다"라며 "(K식당에 지급된) 돈도 이미 정산이 다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트러스트올 이사로 됐던 게 너무 끔찍하다"라며 "펀드 자금으로 일식당을 운영하지 않았고, 제가 비자금 저수지인 곳(트러스트올)을 알았더라면 (사내)이사를 했겠느냐"고 덧붙였다.
일각에는 K식당에 들어간 트러스트올의 자금과 이모(36) 전 청와대 행정관 사이 연관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K식당이 트러스트올에서 3억 원을 받고 이튿날인 2019년 1월 16일, 옵티머스는 셉틸리언을 세웠다. 자본금 규모는 5억 원이었다.
셉틸리언은 이 전 행정관이 지분 50%를 갖고 있는 회사다. 옵티머스와 같은 건물에 주소를 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다. 트러스트올이 K식당에 7000만 원을 보낸 2019년 9~10월은 이 전 행정관이 청와대에 입성하던 시기와 겹친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주민철 부장검사)도 K식당과 트러스트올의 이같은 자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관련자들을 상대로 펀드 자금이 K식당에 흘러간 경위와 구체적인 용처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