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냐 사조직이냐…몸집 불리는 與 대선잠룡들

이낙연 측 '연대와 공생'은 정책연구 콘셉트
돌아온 부엉이 '민주주의 4.0'…의원들 줄잇는 친문 모임
이렇게 꿈틀하자, 이재명-정세균 쪽도 촉각

사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차기 대통령선거를 1년 4개월여 앞두고 여권 잠룡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당장은 각각 174석 슈퍼 여당을 엄중하게 이끌고, 경기도정을 총지휘하고, 또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 서 있지만 물밑에선 치열한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요즘 이들은 선거 캠프의 사전 단계로 해석되는 이른바 '싱크탱크' 구성에 부심하고 있다. 후보 본인보다는 주로 측근들이 외곽 조직을 꾸려 구심점을 만드는 모양새다.

◇ "당대표 개인 정치로 비칠까 걱정"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측 인사들은 최근 '연대와 공생'이라는 이름의 싱크탱크 예비모임을 꾸렸다. 참가자들은 전환 시대 해법을 위한 '스터디 모임' 수준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경선 준비 사전 단계'라는 안팎의 평가를 부인하지 않는다.

싱크탱크는 이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임할 내년 3월쯤 본격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참가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대표가 개인 정치하는 것처럼 비칠까 걱정"이라며 "공식 출범에 신중하게 된 것도 그런 취지"라고 말했다.

정책 연구라는 콘셉트는 본인이 내세워 온 '직분론'과 상통한다. 통신비 지원부터 재산세 인하 대상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까지, 여권 내 엇박자를 드러내며 답보됐던 지지율을 만회하려면 결국 치밀한 정책 제시가 요구된다.

예비모임에는 현재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실무를 총괄하고 이 대표와 개인적 연이 깊은 신경민·최운열 전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당내 공식기구에서 활동 중인 현역 의원들의 경우 '줄 세우기' 논란을 피하고자 일단 배제했다.

정부 관료를 부르는 것도 역시 모양새를 고려해 피했다고 한다. 성균관대 김경수 명예교수 등 대부분 학자나 전직 실무자를 중심으로 팀이 꾸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접견을 갖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민주주의 4.0' 친문 핵심 주축이지만 "계속 늘어난다"

한쪽에선 친 문재인계, 이른바 '친문' 의원들도 몸을 푸는 모습이다. 이들이 대거 참여하는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연구원'은 이달 22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창립 세미나를 연다.


지난 2018년 '부엉이 모임'이 계파 정치 논란 끝에 해산한 뒤 친문 핵심들이 다시 주축에 서게 됐는데 이번엔 아예 사단법인으로 등록할 방침이다.

'코로나19와 신문명'이라는 세미나 주제에서 엿볼 수 있듯 이들은 이념이나 파벌보다 '실사구시'를 강조한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부엉이 모임 시즌 2"라거나 "전해철 의원 경기지사 선거용 사조직 아니냐"는 의심이 상존한다.

여기에는 도종환·홍영표·전해철·강병원·김종민·박주민·황희·김영배·정태호 의원 등 친문 핵심으로 불리거나 노무현·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들이 숱하게 포진됐다.

다만 이번엔 좀 더 외연이 넓다고 한다. 좌장을 맡은 도종환 의원은 통화에서 "사단법인 등록요건을 채우기 위해 50명을 모았는데 이중 옛날 부엉이 멤버는 10명쯤밖에 안 된다"면서도 "'누구는 되고, 누구는 왜 안 되냐'라는 말이 나올까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다른 친문 의원은 "같이 하겠다는 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규모는 '더좋은미래(당내 모임)'보다 커질 것 같다"며 "이걸로 우리가 분란을 내고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친문계는 안희정 전 지사나 조국 전 장관 이후 뚜렷한 독자 후보를 찾지 못했다. 때문에 지지층 상당수가 문재인 정부 1기 총리였던 이낙연 대표 쪽에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오는 6일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1심 판결이 뒤집힐 경우 이들의 입장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 이재명 '경기연구원' 정세균 '광화문포럼'

양쪽에서 이렇게 꿈틀하자 이재명 경기지사 등 다른 주자들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조직이 취약한 이 지사 측에서는 "중요한 건 민심인데 국회의원들의 영향력 행사를 국민들이 어떻게 보실까 모르겠다"라는 취지의 반응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 측 관계자는 "다양한 모임과 싱크탱크가 만들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이 지사는 경기도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을 통해 정책 의제를 연구하고 있고, 정 총리 주축의 의원 모임 '광화문 포럼'은 50명 이상으로 세를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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