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감정이 있죠. 제 연기도 그렇고 아쉬운 부분을 채웠더라면 조금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유민혁이라는 역할의 우직함이나 책임감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누군가 희생을 해야 한다면 그게 유민혁이지 않을까 했고, 그런 결말은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다만 좀 더 유민혁에 대한 정보와 서사가 좀 더 정확하고 풍부했으면 이해하기 좋았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늘 배우들이나 감독님이나 즐겁게 해주셔서 나가고 싶은 현장이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지금도 아쉬운 게 많다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많이 부족했던 과거작들을 보기 어렵다고. 김희선처럼 박선영과 윤태이를 오가는 '1인 2역'은 어떠냐고 묻자 고개를 내젓는다. 욕심은 있지만 '하기 힘들다'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곽시양은 실제 현장에서 김희선·을 보며 '팬심'에 버금가는 마음을 갖게 됐다.
"사실 (김)희선 누나가 너무 잘해주셔서 팬이 됐어요. 누나가 정말 분위기 메이커라서 존재감이 크거든요. 누나가 있으면 다들 기분이 좋아지는 식이에요. 후배 배우들한테 먼저 다가와주시는 모습이 너무 감사하고, 심지어 알려드리지도 않은 제 생일을 챙겨서 선물까지 주셨어요. 누나랑 '로맨틱코미디'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누나가 정말 호탕하고 우리는 애교 담당이었죠. 주원이도 저한테 '아빠'라면서 애교가 많았고…. 누나가 항상 우리한테 '허우대는 멀쩡한데 허당미가 많다'고 그랬던 게 기억이 나요."
"주원이랑 액션스쿨을 학교 가듯이 등교했었어요. 아무래도 몸으로 부딪히면서 액션 연습을 하니까 많이 친해졌고…. 저도 많이 노력한다고 생각하는데 주원이는 정말 대단해요. 얼마나 준비해왔는지 연기하다보면 느껴져요. 영화도 촬영을 병행해서 너무 힘들텐데 내색을 하나도 안 하더라고요."
격한 액션은 물론이고, 촬영 내내 코로나19로 인한 고충은 이로 말할 수 없었다. 곽시양은 주로 '맞는 역할'이었지만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촬영 일정과 장소가 갑작스럽게 바뀌곤 했다.
"저는 사실 맞는 역할이라 부담이 덜했어요. 다만 추울 때 몸이 얼어 있는데 액션을 촬영하니까 자주 넘어지고 잦은 부상이 생기긴 했죠. 코로나19로 미리 정해진 야외 촬영이 세트 촬영으로 변경되거나 원래 장소에서 촬영하다가 갑자기 장소가 변경, 취소되면서 다들 불편했었고요."
과정은 험난했지만 그 열매만큼은 달았다. 곽시양은 결국 '앨리스' 유중혁으로 영화 '목격자'에 이어 또 한 번 자신을 각인시켰다. 그는 자신의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처 받을 것을 우려해 댓글은 보지 않아도 주변 반응을 통해 '앨리스'의 성과를 체감했다.
'앨리스'처럼 시간여행 능력이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묻는 질문에는 '군대 가기 직전'인 10년 전을 꼽았다. 무엇이든 용기있게 도전하고, 잃을 게 없어 과감할 수 있었던 그런 시절을 곽시양은 꿈꿔본다.
"그 당시에는 잃을 게 별로 없었어요. 과감하게 도전을 못해봤으니 항상 부딪혀 볼 것 같아요. 연기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오디션을 미친듯이, 열정적으로 봤겠죠. 실제로는 오디션 참가 방법도 몰랐어요. 그렇게 열정이 많지도 않았고요. 정확하게 뭘 해야 할 지 몰랐을 땐데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꾸준히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