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정무적인 부분을 감안해 막판까지 9억원에 힘을 실었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노력이 결과론적으로 '미스샷'이 되면서 이낙연 대표의 부담 또한 커지게 됐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3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한 로드맵과 1세대 1주택자 중 공시가격 6억원 이하에 대한 재산세율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토지, 단독주택의 공시지가는 모두 2035년까지 시세의 90%까지 상승되며,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은 내년부터 과표구간별로 0.05%p씩 낮아지게 됐다.
재산세 인하 구간이 최종적으로 6억원 이하로 결정되면서 막판까지 9억원을 추진했던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갖게 됐다.
정부 측은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한 보유세 강화'라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산세 인하 기준을 더 올려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지만 당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조세저항을 불러 서울 민심이 악화될 수 있다며 9억원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무적 고려가 앞서면서 지방자치단체 세수 감소 우려 등 종합적인 정책 판단을 하지 못하고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결과적으로 불신만 더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견 청취 과정에서도 이번 사안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서울 지역 국회의원이나 구청장 등의 생각을 충분히 듣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 지도부와 정책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어서 따로 서울 지역 의원들끼리 의견을 나누거나, 지도부가 서울 의원들의 의견을 묻는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재산세 인하 기준을 9억원으로 하려 했던 것은 사실 지도부의 생각"이라며 "서울 의원들은 물론 다른 지역 의원들도 9억원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또 6억원이냐 9억원이냐에 따라 세입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서울지역 구청장들은 당의 움직임에 볼멘소리를 했고, 서울 지역 의원과 타 지역 의원 간 이견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한 서울지역 의원은 "9억원은 계속해서 청와대와 민주당이 추구해왔던 보유세는 강화하되 거래세는 완화하자는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서울시장 선거가 이러한 정책기조를 이어가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대한 이 대표의 부담감도 커지게 됐다.
이 대표는 각종 비난에도 불구하고 과거 문재인 대표 시절 혁신안으로 만들어진 당헌까지 뒤집으면서까지 보궐선거 공천을 결정할 만큼 이번 선거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현 정권의 정책기조를 거스르면서까지 재산세 인하 구간을 높이려는 일종의 승부수를 띄운 것은 대선 전초전으로 평가되는 보궐선거, 특히 서울시장 선거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감도 있었다. 이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정부 발표 하루 전날까지도 "정부가 당에서 주장하는 것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9억원에 무게를 뒀었다.
그러나 막판 조율과정에서 대주주 기준은 현행 10억원 유예를 얻어냈지만 재산세 인하 확대는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사용할 카드 하나를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은 모양새가 됐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이 높고, 재산세도 민감도가 높은 문제이기 때문에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했는데 이번 움직임은 너무 즉흥적이었다"며 "재산세 하나만 가지고 선거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끄럽지 못한 정책 대응과 원하지 않던 결과로 인한 이 대표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