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 제3자가 있었거나 노모가 다른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로 범행을 자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 "범행 자백했더라도 합리적 의심이 없을 때만 유죄의 증거 삼아야"
인천지법 형사15부(표극창 부장판사)는 3일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76·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누군가가 피고인에게 범행을 뒤집어씌웠을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살인 범행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그의 자백과 딸 B씨의 진술 뿐"이라며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자백했더라도 법원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경우에만 (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삼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살해 경위 등을 보면 범행 동기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며 "제삼자가 사건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피고인이 (다른) 가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100㎏ 거구 아들을 70대 노모가 살해? 커지는 의혹들
이 사건은 76세 노모가 체중이 100㎏을 넘는 건장한 아들을 살해하는 게 가능한지 재판부가 의문을 품으면서 관심을 끌었다.
A씨는 올해 4월 20일 0시 56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들 C(51)씨의 머리를 술병으로 때린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C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당일 오전 숨졌다.
A씨는 범행 직후 "아들의 목을 졸랐다"고 112에 직접 신고했으며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C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으나 A씨는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소 안되는 의혹…수사기관, 국민적 의혹 차단해야
재판부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는 수건으로 102kg에 50세인 아들을 76세 할머니인 피고인이 살해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살행 방법과 관련해 조사된 사실과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진술을 번복하거나 범행 상황을 매우 어설프게 재연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C씨가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반항하지 못할 정도의 만취 상태는 아니었던 점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신고 5분 만에 경찰이 도착했을 때 A씨의 집이 말끔하게 정돈된 상황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청소를 할 정신적인 여유나 필요성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112 신고 후 가만히 있었다는 피고인의 진술도 진실성에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결국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이 허위라고 볼 명백한 증거도 없지만, 자신이 겪은 일을 그대로 진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기관은 자백과 모순되는 증거가 없는데 만족할 게 아니라 국민적 의혹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