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은 노조와 머리를 맞댄 것 외에도 한때 회사를 그만뒀던 루크 동케볼케 부사장을 공을 들여 복귀시키는 등 사람과 인재를 중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직후 이상수 현대차지부장과 오찬을 함께 하며 면담했다. 하언태·이원희 사장, 장재훈 부사장 등 현대차 경영진도 배석했다.
이상수 지부장은 정 회장 등에게 감사인사를 전했으며, 1시간 반가량 이어진 오찬 자리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격의 없이 진행됐다고 현대 측은 전했다.
이에 이 지부장은 "품질 문제에 있어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함께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그는 "현대차 발전의 원천인 울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 4차 산업과 모빌리티 사업에 편성되는 신사업을 울산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전기차로 인한 파워트레인(PT) 부문 사업 재편이 불가피한 가운데 전기차에 필요한 대체 산업을 외부 생산이 아닌 울산공장 안에서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주력이 전기차로 이동될 경우 발생 가능한 작업량 축소, 감원 등의 우려는 현대차 노조로선 중대한 안건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필요한 부품의 숫자가 현저히 적고, 변속기와 같은 파워트레인의 핵심 요소가 사실상 필요 없어진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 협상에서 11년 만에 임금을 동결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매년 임금 협상 과정에서 반복됐던 파업 없이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반면 기아차는 현대차와 달리 9년 연속 파업 수순을 밟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기아차 노조는 이날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도 냈다.
이날 투표에서 조합원 절반 이상이 찬성하고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해진다. 중노위 결정은 오는 4일쯤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