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대통령 재신임에도 사퇴 의지 고수?

청와대는 "대통령이 재신임했다"는데 홍 부총리는 국회에서 사의 표명 사실 공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 제안 설명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요건 강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사진=윤창원 기자)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 논란과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3일 오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밝혔다.

"대주주 기준 관련 논의가 어떻게 정리되고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 질의에 답하는 과정이었다.

홍 부총리는 "저는 반대했지만,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현행대로 10억 원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답했다.

이날도 홍 부총리는 근로소득과 금융소득 간 과세 형평을 위해 기존 계획대로 내년부터 대주주 기준을 3억 원으로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대주주 기준 현행 유지가 결정됐지만, 그동안 전개된 갑론을박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해 오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벗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이와 관련해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사의를 밝혔더라도 임명권자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는 그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게 고위 공직자의 올바른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기동민 의원은 "그럼에도 국회 상임위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공개한 것은 공직자가 아니라 정치인 같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전혀 정치적인 행동이 아니며, 대주주 기준이 10억 원으로 유지되는 마당에 아무 일 없이 가는 거는 제가 참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청와대는 홍남기 부총리가 사직서 제출 사실을 공개하자 "홍 부총리가 오늘 국무회의 직후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으나 바로 반려 후 재신임했다"고 밝혔다.

국무회의는 이날 오전에 있었다.

청와대 설명대로라면 홍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의 반려에도 오후 국회 기재위에서 거듭 사퇴 의사를 밝힌 셈이다.

대통령의 재신임과 관계없이 사퇴 의사를 접지 않겠다는 것인지, 홍 부총리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