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는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사과 뜻을 내비치자 이렇게 되물었지만 여전히 그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서울·부산시장 공천여부를 당원투표에 맡기겠다고 밝힌 뒤 사흘 만에 내놓은 공개 발언에서 '거듭 사과'를 웅변하면서도,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이 대표는 2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당원들의 뜻이 모아졌다고 해서 서울과 부산의 시정에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저희들의 잘못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해 여성께도 거듭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무엇에 대한 사과냐'는 피해자 질문에는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다 포함해서 사과하신 것이다. 그전에도 필요할 때마다 수 차례 말씀드렸다"라고 대신 전할 뿐이었다.
피해자 측은 질의서를 공문 형식으로 민주당에 발송했지만 물밑에서도 이밖에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피해자에 대한 박 전 시장 지지자,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의 2차 가해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
'여비서에 의한 기획미투'라는 주장이 한때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르는가 하면, 피해자 실명이 지지층 카페 메인화면에까지 오르는 실정이다.
서울시장 공천에 관한 기사에는 "후보를 내지 않으면 억울한 성추행을 인정하는 것이다"라는 식의 댓글이 연거푸 달리고 또 그 안에서 힘을 받고 있다.
이번에 피해자가 이낙연 대표 측에 직접 질의를 하고 나선 것도 계속되는 지지층 일부의 일탈을 지도부가 어느 정도 수습해주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지원에 참여한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지자들의 무법한 행동이 통제가 안 되던 상황에서 피해자가 이렇게 또 호명되는 바람에 여론의 공격에 고스란히 방치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호소인이라는 말이 나왔던 데서 볼 수 있듯 민주당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정말 책임을 느낀다면 구체적으로 짚어냈어야 한다"며 "문제 해결보다 권력 재창출을 우선시하는 행태는 어찌 보면 이 사건 배경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선 계속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야권의 비판이 쏟아지자 외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과거 소속됐던 국민의힘 측에 사과를 요구하며 역공을 펴는 모습이다.
지난 7월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면 국민에 석고대죄 정도 사죄를 해야 한다"라고 밝혔던 이재명 경기지사도 "당에서 결정했으면 그냥 따라야 한다"라고만 반복하고 있다.
성폭력 문제에 주도적이었던 여성 의원들은 입을 닫았고, 그나마 양향자 최고위원이 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여기에도 성추행 의혹이나 피해자에 관한 언급은 빠졌다.
선거를 앞두고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당의 전략이라지만, 각각 열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사실관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2차 가해 프레임이 씌워지지 않겠냐"라며 "하나하나 답변하지 않는 게 정무적으로는 적절했다고 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