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라커는 저만 쓰고 싶습니다. 깔끔한 걸 좋아해서요"
올해 가을야구는 11월에 시작한다. 예년 같았으면 한국시리즈가 끝나는 시기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즌 개막이 늦어지면서 포스트시즌 일정도 뒤로 밀렸다.
날씨가 너무 추워지면 야구 경기와 관람에 모두 악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KBO는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LG 트윈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둔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은 "같이 더 오래 야구를 하자"는 목표 아래 똘똘 뭉쳤다. 고척돔 시리즈를 남의 잔치로 만들고 싶지 말자는 의지도 강하다.
키움의 간판 타자 이정후는 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오늘 지면 캠프 때부터 준비한 모든 게 끝난다. 그럼 (고척돔) 개인 라커를 비워야 하는데 그거 언제 다 빼나. 계속 두고 싶다. 남에게 내주고 싶지 않다"며 웃었다.
정규리그를 5위로 마친 키움에게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단판 토너먼트나 다름없다. 1차전을 이겨야 2차전을 할 수 있고 2승을 해야만 준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다. 반면, 4위 LG가 1차전을 잡는다면 키움의 시즌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키움은 정규리그 막판 2위로 도약할 기회가 있었다. 2위 유력 후보였던 KT 위즈와 LG가 모두 패하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만약 키움이 두산을 꺾었다면 2위로 올라설 수 있었지만 패하는 바람에 5위로 떨어졌다.
이정후는 "선수단 모두가 두산전이 끝나고 바로 인정했다. 당장 경기가 또 있고 결과를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실력과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빠르게 인정했다. 포스트시즌은 또 다른 무대니까 다시 한번 해보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두산전 패배 이유 중 하나는 실전 감각의 저하였다. 돔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키움은 타팀들에 비해 우천 순연 경기가 적어 잔여 경기 편성 때 일정이 여유롭다. 충분히 쉴 수 있는 반면, 감각은 떨어질 수 있다. 지난 두산전은 일주일 만에 치른 경기였다.
"일주일에 한 경기만 하는 건 고교 주말리그 이후 처음 같다"며 웃은 이정후는 "아무래도 쉽지 않았다. 타석에서 마운드와 투수의 거리가 멀어보인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실전 감각을 탓할 여유가 없다. 이정후는 "우리에게는 내일이 없다. 매타석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찬스가 왔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집중력이 가장 중요하다. 찬스를 살리고 싶다.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