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우승, 은퇴, 그리고 영구결번' 이동국의 어느 날

이동국.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를 앞두고 몸을 푸는 도중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동국(41, 전북 현대)이 프로에 데뷔한 1998년 발매된 김민종의 '어느 날'. "이동국 선수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설명이 덧붙었다.


2020년 11월1일. 이동국에게는 특별했던 '어느 날'이었다.

이동국은 10월26일 은퇴를 선언했다. "몸이 아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정신이 나약해지는 것은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정든 그라운드와 작별을 알렸다.

K리그1 최종 27라운드 대구FC전. 축구 선수 이동국의 마지막 경기. 조제 모라이스 감독은 이동국을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7월5일 상주 상무전 이후 4개월 만의 선발 출전이었다.

이동국은 화려한 피날레를 위해 뛰고, 또 뛰었다. 동료들도 이동국에게 패스를 전달하며 이동국의 K리그 통산 229번째 골을 바랐다. 모라이스 감독도 끝까지 이동국을 교체하지 않았다. 아쉽게도 229번째 골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후계자 조규성이 두 골을 터뜨려 전북 우승을 이끌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이동국.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그라운드를 떠나는, 이동국이 원하고, 또 꿈꿨던 '해피엔딩'이었다. 이동국과 전북이 만든 K리그 최초 4연패이자, 최다 8회 우승이었다.

은퇴식도 특별했다.

이동국의 20번이 새겨진 대형 유니폼이 그라운드에 등장했고,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까지 경기장을 찾아 이동국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이동국의 20번이 전북의 영구결번이 됐다. 이제 전북에서는 20번을 달고 뛰는 선수가 나올 수 없다. 전북에서는 서포터를 위해 남겨둔 12번 외 이동국의 20번이 최초 영구결번이다.

이동국은 "마지막이라는 단어 자체가 슬프다.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하면 그리 슬프지는 않다"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

이동국의 은퇴식.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내일을 모르는 건 마찬가진데 왜 나만 그 발걸음을 두려워하나."

이동국이 좋아한다는 '어느 날'의 가사다. 이동국은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은퇴 기자회견에서 "멀리 내다보지 않고, 당장 앞에 있는 경기만 신경을 썼다. '나이가 들었으니까, 노장이니까 못해'가 아니라 먼저 앞에 나서서 했다"고 말한 대로 두려움 없이 제2의 인생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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