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을 맞아 동네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는 20대 남성 A씨는 "사람이 많은데, 코로나19에 감염될까 걱정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핼러윈 당일인 31일, 서울 이태원 유흥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들은 의상을 차려입고 분장을 한 채 거리를 활보했다. 일부 구간에서는 서로 뒤엉켜 통행이 막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방역수칙이 버젓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유흥주점 곳곳은 오후 8시 이미 '만석'이었다. 야외 테이블을 둔 주점들도 여럿 보였다. 주점 안팎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 마스크'나 '턱 마스크' 상태였다. 뒤 테이블에 있는 사람과 등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경우도 있었다. 방역당국은 테이블 간 1m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가게 앞에서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우거나 '노 마스크' 상태로 이야기를 나누는 무리들도 보였다. 아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인파 속을 헤집고 걷는 이들도 있었다.
가족끼리 이태원을 찾았다는 30대 여성 B씨는 "우리가 식사한 음식점에서는 QR코드 확인도, 발열 체크도 하지 않았다"며 "손님이 많이 몰리는 곳은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20대 남성 C씨는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벗고 계신 분들이 많아 걱정된다"면서 "핼러윈이라 친구들이 이태원, 홍대 쪽에 많이 가 있다"고 했다.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가게들도 있었다. 한 주점은 '마스크 착용 필수', '미착용·불량 착용 시 강제 퇴장(음식 섭취 시 제외)'과 같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입장 전 발열 체크를 하고 명부를 작성하도록 안내하는 곳들도 있었다.
다수의 대형 클럽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자진 휴업을 신청했다. 이날 이태원의 주요 클럽들 역시 문을 닫았다.
이태원 관광특구 연합회 관계자는 "10월에 하는 지구촌 축제, 핼러윈 기간, 이태원 특수는 이렇게 두 번 있다. 수익을 내기 위해 영업하는 업주들의 심정이 어떻겠나"라고 되물었다.
상인들은 지난해 핼러윈과 비교했을 때 방문객이 '반 토막' 수준이라고도 했다.
이태원의 한 주점 종업원은 "사람이 절반 정도로 준 것 같다. 클럽들이 문을 닫은 점도 한몫했다. 원래는 이 시간대에 (손님이) 더 터졌다"고 했다. 일부 업소에서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는 "테이블 간 거리 두기 등은 실질적으로 지켜지기 어렵다. 또 손님이 방역수칙을 안 따르면 업주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역'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태원의 한 상인은 "확진자가 다녀가기라도 하면, 이태원은 재기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수입을 잠시나마 포기해야 하는 심정"이라고 했다.
현장점검도 사흘 연속 나서고 있다. 경찰과 서울시 등으로 구성된 합동점검단은 이태원, 홍대, 강남 등 서울 도심 일대 유흥주점·일반음식점 등에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고 있는지 단속한다.
집중점검 대상인 서울 지역 클럽·감성주점·콜라텍은 모두 153곳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핼러윈데이 특별방역 기간 동안 자발적으로 휴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유흥업소는 클럽 13곳, 감성주점 56곳, 콜라텍 17곳 등 모두 86곳이다.
점검단은 30일에 이어 전날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12개 반, 인력 70명을 투입해 밀집 지역을 현장점검했다. 30일 기준 방역수칙 위반으로 적발된 업소는 단란주점 1곳, 일반음식점 13곳 등 모두 14곳이다. 지역별로는 △홍대 7곳 △강남·서초 3곳 △이태원 1곳 등이었다. 수칙 위반 내용은 △출입명부 미작성 △종사자 마스크 미착용 △테이블 간 거리두기 미이행 등으로 파악됐다.
점검단 관계자는 "특히 춤추는 클럽들 전체를 점검할 것"이라며 "자진 휴업을 신청한 클럽 등도 점검 대상"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방역수칙 위반 업소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될 경우 익일 0시부터 2주 동안 '집합금지' 조치된다.
한편 전날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2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8~30일(103명→125명→113명)에 이어 나흘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