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초연하는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이상 사군자)은 무용과 연극을 결합한 공연이다. 사군자(매난국죽)를 모티브로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두 존재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공연의 막이 오르면 매화꽃에 홀려 길 잃은 승려와 나폴나폴 춤추는 나비가 등장한다. 승려와 나비는 무사와 검혼(2장), 무용수와 남편(3장), 우주비행사와 죽은 아내(4장)로 윤회를 거듭한다. 계절이 바뀌듯 우리 삶도 만남과 이별의 반복임을 보여준다.
발레리나·발레리노와 배우가 한 무대에 오른다. 때론 배우가 춤추고 때론 무용수가 연기한다. 김주원은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힘차게 날개 짓하다가 어느새 검혼이 되어 온 몸에서 깊은 한을 내뿜는다. 한 사람의 관객을 위해 마지막 춤을 추는 무용수로도 변신한다. 춤과 연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모습이 놀랍다.
인연 이야기는 영상과 음악을 만나 한 편의 무대 시(詩)로 완성된다. 무대 뒤 배경막과 무대 앞 홀로그램 스크린에는 각 장의 배경 이미지와 상징색(노랑, 파랑, 빨강, 검정)을 영상으로 투영했다. 특히 무대 앞 스크린 속 영상에 입체감을 줘서 무대가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네 개의 이야기에 흩뿌려진 음악은 공기처럼, 바람처럼 존재한다.
김주원은 "돌이켜보니 내 삶의 자취는 다름 아닌 누군가와 함께 했던 흔적이다. 인연 덕분에 내가 성장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야 하고,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창작진은 어벤저스급이다. 무대는 정구호 예술감독, 음악은 정재일 음악감독 작품이다. 박소영이 연출, 지이선이 극작, 김성훈이 안무를 맡았고, 배우 박해수와 윤나무, 발레리노 김현웅과 윤전일, 김석주가 함께 무대에 선다. 김주원은 "이 작품을 통해 인연의 소중함을 느낀다. 힘든 시기에 인연을 맺은 관객에게 특히 고맙다"고 했다.
정동극장 개관 25주년 기념 공연이다. 정동극장에서 11월 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