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류법', 연내 통과? 공청회 등 필수 절차에 올해 입법 어려울 듯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27일 서울 마포의 한진택배 사업장을 찾아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내용이 거의 다 조정됐으니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1주일 전인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특별 대책' 마련을 촉구한 데 이어 여당도 발 빠른 대응을 약속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생활물류법은 단순히 택배노동자의 과로방지와 휴식시간·공간 제공, 안전대책 마련 등을 규정할 뿐 아니라,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던 택배업계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적극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그동안 택배업계는 대형 화물을 운송하는 화물업계를 위한 화물운수법으로 택배업계도 함께 규율됐지만, 화물차주와 달리 종사자가 주로 특정 회사에 소속돼 소형 화물을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는 택배업계의 특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또 원청인 택배서비스 사업자가 영업점을 관리하도록 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양자를 다시 조사, 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여당의 장담처럼 올해 안에 생활물류법을 제정하기는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당장 물리적인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생활물류법은 지난 8일 발의돼 12일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됐기 때문에 지난한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더구나 새로운 법을 제정할 경우 위원회 의결로 생략하지 않는 한 공청회·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등 일부 법안을 개정할 때보다 좀 더 시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사실상 연내 처리는 물론, 상임위 통과까지 속도를 내기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택배업계 뜻 모았다지만 화물업계·노동계 반발은 여전…국민의힘 입장도 변수
물론 지난 20대 국회에 박 의원 발의한 유사한 법을 놓고 논의한 바 있어 법안 처리에 좀 더 속도가 붙을 여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당시에도 관련 업계의 거센 반대 탓에 공청회 일정 등을 놓고 여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제정안에는 관련 부분을 '집화·배송 등'으로 조정하는 대신 운송위탁계약·근로계약을 통해 분류할 여지를 넘기는 수준으로 조정됐다.
덕분에 지난 8일 박 의원을 중심으로 택배업계 노사가 모여 생활물류법 제정을 위한 협약식이 진행됐다. 이 대표가 말한 "거의 다 조정이 됐다"는 언급도 이를 염두에 두고 한 말로 보인다.
하지만 이 바람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택배업계의 주장에 과도하게 양보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심지어 공공운수노조는 협약식 당일 반대기자회견까지 진행했다.
비록 표준계약서를 제시해 회사 사정에 따라 분류 종사자에 대해 규정하도록 했지만,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이를 업체가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화물·용달차 등 화물업계에서도 여전히 법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 법 제정으로 택배차량의 '무제한 증차'가 가능하며, 이를 악용해 택배차량으로 일반 화물을 옮기면 화물·용달시장이 교란될 것이라는 우려다.
다만 박 의원 측은 이번에 새로 내놓은 발의안에는 증차 관련 언급을 제외하고, 택배서비스 사업자에게 화물운수법에 따른 운송허가를 받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화물업계를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생활물류법과는 거리를 두고 별도의 대안 마련을 모색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30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차원으로는 처음으로 배달·택배업 노동자들을 국회로 초청해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택배업계 과로 문제의 해결방안도 노동법 개정이 급선무라고 강조한 것인데, 여당의 접근법과는 다소 차이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근 택배업계 과로 문제가 부각돼 보호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최근 플랫폼 시장이 부상하는 등 고용 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어 시대에 부응하는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고려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일합니다.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오늘도 일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쉼없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터를 찾은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판깔아봅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