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매년 국제영화제 기간이면 영화계 관계자들이 쉴새 없이 드나들던 1층 로비는 문을 굳게 닫았다. 국내외 영화 관계자와 애호가,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루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른 시각부터 영화표를 구하려는 팬들이 길게 줄을 서던 매표소는 아예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는 'BIFF 2020'이 적힌 현수막과 철제 펜스만이 영화제가 열리고 있음을 알렸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개막식을 취소했다. 폐막식도 열지 않을 계획이다. 영화 상영 역시 국내외 초청작 192편을 단 1차례씩만 상영하고 있다.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 조성하던 'BIFF 빌리지'도 설치하지 않고, 야외무대인사, 오픈토크도 열지 않았다.
장영국 해운대 구남로 상가 번영회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을은 성수기였다. 각종 영화제 행사가 열리고, 배우들 팬미팅에는 국내외에서 많은 방문객이 몰려들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영화제 특수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지도 알기 힘들 정도다. 축제 분위기로 들썩이던 해운대는 옛말"이라고 전했다.
정영근 해운대시장 상인회장 역시 "올해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영화제가 개막해도 영화관에서 상영만 할 뿐, 부대 행사가 없으니 축제 분위기는 없다"라며 "평년 같으면 영화제 기간에 사람끼리 밀려 다닐 정도로 방문객이 많았는데 올해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은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매출 감소는 당연하다"라고 호소했다.
부산시는 애초 다음 달 7일 개최할 예정이던 제16회 부산불꽃축제를 결국 취소했다. 불꽃축제를 보러 100만명 이상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크다는 이유다.
수영구 역시 지역 대표 축제인 '광안리 어방축제'를 취소했다. 여름철에는 매년 주말 시행하는 '차 없는 거리'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지만, 각종 공연과 행사는 전면 취소한 바 있다. 여름 피서철 이후 가을까지 이어지던 '축제 특수'가 사라진 셈이다.
김옥중 민락회촌번영회장은 "코로나 여파로 각종 모임이나 회식이 줄어들면서, 단체 손님이 급감했다. 지난 추석 연휴에도 평년에 비해 방문객이 큰 폭으로 줄었다"며 "가뜩이나 매출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각종 축제까지 취소되면서 어려움이 길어지고 있다. 부산불꽃축제 등 축제 기간에 많은 가게가 특수를 누렸지만, 올해에는 그마저도 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단체는 코로나 방역과 지역 상권 활성화는 사실상 상충되는 정책이라며,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단체 차원에서 지역 상황에 맞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행사나 모임 등을 자제하면 자연스럽게 지역 상권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책적으로 사람을 모으는 등 상권 살리기에 나서는 것도 위험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일선 구·군이 나서 맞춤형 정책을 펼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