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41, 전북 현대)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바로 2002년과 2006년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해 한국 축구 최고의 순간이었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을 밖에서 지켜봤다. 2006년에는 독일 월드컵을 목표로 모든 걸 쏟아부었지만, 불과 두 달 남은 시점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부상 회복 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로 향했지만, 실패 후 K리그로 돌아왔다.
2002년은 이동국에게 보약이었다. 이동국 스스로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뛰지 못했을 때 심정을 항상 기억하면서 살았기에 지금까지 운동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6년의 아쉬움은 조금 다르다.
이동국은 2002년 아쉬움을 씻기 위해 모든 것을 던졌다. "경기력으로 보면 그 때가 선수 생활에서 가장 완벽했던 때가 아닐까"라고 자신할 정도였다.
이동국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2003년 군 입대 후 다시 한번 정신적으로 무장이 됐다. 2006년 월드컵만 바라보고 뛰었다. 다시 하라면 못할 정도로 많은 땀을 쏟았고, 너무 힘들어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라면서 "그 때 뛰었으면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자면서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십자인대 수술을 마친 이동국은 2007년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 입단했다.
문제는 몸 상태였다. 재활을 마치기는 했지만,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지 않은 채 프리미어리그로 향했다. 2007년 2월25일 레딩전 교체로 데뷔전을 치른 뒤 29경기(리그 25경기)에 출전했고, 2008년 5월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동국은 "수술 후 1~2년 정상적으로 뛴 다음 해외진출을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면서 "섣부른 영국 진출이었다"고 아쉬워했다.
만약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동국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이동국은 조심스러우면서도 확고한 대답을 내놨다. 이동국은 "잘 때도 '이랬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했다. 물론 최고의 몸 상태에서 진출해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수술 후 1경기도 풀로 소화하지 않고 나간 것은 섣부른 생각이었다"면서 "2005년, 2006년 몸 상태를 유지하고 진출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때로 돌아가더라도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안 하는 것보다 했기에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후배들에게도 꿈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한다"면서 "다시 그 때로 돌아가면 아마 시기만 조금 늦추면서 최고의 몸 상태로 끌어올린 다음에 진출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고 덧붙였다.
후배들에게도 도전을 강조했다.
이동국은 "예전보다 지금 생활이 더 편해졌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전화할 때 전화기만 있으면 된다. 적응하기가 예전보다 쉽다"면서 "물론 나보다 차범근 감독님은 더 힘들었다. 나도 당시 전화카드를 사서 전화를 해야 할 정도로 적응이 힘들었다. 지금은 환경이 더 좋기에 꿈을 꾸는 선수들은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