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22일 2009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스노보드선수권대회 하프파이프 남자부 경기에서 전체 27위에 랭크,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충족시켜야 했던 세계선수권 30위권내 진입이라는 기본 자격을 획득한 정진욱(20, 美 SMS고)이다.
정진욱은 조기유학파다. 서울 갈산초등학교 5학년때 아버지를 따라 간 스키장에서 처음 스노보드를 접한 이후 4년만인 2004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없는 한국 엘리트 체육의 현실 때문에 나홀로 유학을 결심한 의지의 사나이다.
"스노보드도 , 공부도 둘 다 포기할 수 없었다"는 정진욱은 서울 목일중학교 3학년때 도미, 현재 미국 동부 버몬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마지막 한 한기를 남겨두고 있는 정진욱은 졸업반으로 최근 콜로라도주립대와 시에라네바다대학으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미국 명문대 하버드에도 입학 원서를 냈다는 그는 오는 4월로 예정된 하버드대의 합격 발표만을 남겨놓고 있다.
정진욱을 지도하고 있는 박영남 스노보드대표팀 감독은 "워낙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좋아서 하버드 합격 가능성이 높다더라. 하버드대 같은 경우 선수 생활을 병행하기 힘들기 때문에 선수 생활을 접을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23일 만난 정진욱은 "대학에 가더라도 스노보드 선수 생활을 접을 생각은 전혀 없어요. 올림픽 출전은 오랜 꿈이었는걸요. 올림픽이 눈앞에 보이는데 포기할 수 없죠"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이 첫 출전인 정진욱은 이번 대회를 위해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하버드대의 합격 발표를 고대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올림픽 출전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미련을 버렸다.
정진욱은 "합격 통지서가 날아와도 가지 않을 거에요. 9월부터 학기가 시작되는데 하버드 같은 경우는 학교를 다니면서 선수 생활을 하는게 불가능하거든요"라며 올림픽과 명문대의 우선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한 달전 왼발목 아킬레스건이 부분 파열되는 부상을 당한 정진욱은 이 부상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장기인 ''하콘 플립''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하콘 플립은 720도(두 바퀴) 회전하면서 백점프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그러나 데크가 눈에 닿을 때마다 발목에 통증을 느껴 과감하게 기술을 구사하지 못해 결선 진출에 실패한 것을 거듭 아쉬워하고 있다.
이미 학기가 시작돼 다음달 15일 미국으로 돌아가 학업에 열중할 계획임을 밝힌 정진욱은 "일단 부지런히 국제대회에 출전해 올림픽 출전권을 위한 FIS 랭킹포인트 100점을 채울 계획이에요"라며 "당장은 부상 회복에 주력하고 부족한 기술들을 가다듬어야죠"라는 계획을 내놨다.
이어 "대한민국 사람도 스노보드로 올림픽에 나가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밝힌 정진욱은 "올림픽에 출전한 40명 가운데 16명이 결선에 진출하게 되는데 결선 무대까지 밟아봐야죠"라는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