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비대위원장은 오는 29일 이번엔 전북 전주를 찾는다. 이 대표는 이에 질세라 다음 달 4일 현장 최고위원회를 광주에서 주재할 계획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양당의 호남 행보, 같은 듯 다른 러브콜의 의미를, 아울러 배경과 포석까지 [딥뉴스]에서 짚어본다.
◇개혁 법안 서두르는 이낙연
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에서 5·18 명예훼손 처벌법을 당론으로 추진한다.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를 왜곡해 관련 인물이나 단체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법안이다.
이낙연 대표는 사흘 전인 지난 24일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았을 때 해당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매듭 짓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임 이해찬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에서 '우선 처리법안'으로 지정했던 해당 법안은 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호남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이 대표 본인으로서도 올해 안에 성과를 내고자 개혁법안에 채찍질하는 작업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있다.
◇지지율 답보에 김경수 항소심까지
대권 주자로서 이 대표가 여권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을 기반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적잖다.
그러잖아도 당내 세력이 두텁지 않은데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경쟁에서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놓였고, '친문 적자'인 김경수 경남지사 항소심 선고까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위기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고향인 전남 영광에서 4차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전남지사를 역임한 대표적 '호남 정치인'이지만, 호남 일각에서는 이 대표에 대해 의문 부호를 지우지 않고 있다.
대선 본선 경쟁력 문제와 5·18 당시 동아일보 기자로서 전두환 정권에 우호적인 기사를 썼던 전력이 주로 거론된다. 한 호남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이낙연에 목숨 걸겠다는 사람이 당에 있는 것 같냐"며 "호남은 정권 재창출이 무조건 중요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 본인이 이번에 광주에서 "지난날 함께하지 못했던 아픔 같은 것이 떠오르곤 한다"고 밝힌 데에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이 대표가 자신이 속했던 동교동계 복당을 꾀하기 위한 '밑 다지기'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이 대표는 그쪽과 결이 다르다", "결국 본인에게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이 더 우세하다.
반면 국민의힘은 읍소하는 분위기다.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 탈환에 한 곳도 성공하지 못한 뒤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본격 구애중이다.
특히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국민의힘 내부에선 5·18 망언 청산 태스크포스팀(TF) 구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TF에서는 과거 보수야당이 망언이나 역사왜곡으로 물의를 빚었던 사례를 백서로 엮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또 이런 사례가 반복됐을 때 제명 등 징계를 논의할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5·18 관련 단체 여러 곳과도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호남 없이 전국 정당이 될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있다"며 "지금은 짝사랑이겠지만 땜질식이 아니라 진정성을 보여주면 달리 봐주실 수 있지 않겠냐"라고 기대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명예훼손 처벌법에 대해서는 부정적 기류가 크다. 이 법에 반대하는 대신 망언 청산 TF로 민심을 달래보자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장 보궐과 연동…당내 비판은 부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 등은 이날(27일) 광주시청에서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를 연다. 다음 달 초에는 호남 지역과 1:1로 자체 결연을 맺은 현역 의원들을 곳곳에 보내 현안을 챙기게 하는 '호남 동행'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당 사무총장에 광주 출신 정양석 전 의원을 앉히고 차기 총선에서 당선 유력권에 호남 인사를 우선 추천하기로 한 것도 '구애'의 흐름으로 풀이된다.
이는 당장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호남 출신' 유권자에게 소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보궐선거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국민 통합문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 본인의 입지도 전국적 지지세, 보궐선거 판세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 당내 일각에서는 호남만 쫓는 모습이 전국적 지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경태 의원은 통화에서 "지지율이 이렇게 올라가지 않는 걸 보면 이제는 생명력을 잃은 비대위를 빨리 끝내고 전당대회를 통해 당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