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는 서울 용산구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리금과 보증금 문제, 일방적으로 갑에게 유리한 계약서, 지점의 열악한 환경 등 고인의 죽음은 로젠택배의 구조적 문제로부터 비롯된 사회적 타살"이라며 "근본적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어떤 근거도 없는 불법적 권리금과 보증금이 로젠택배에서는 당연시 되고 있다"며 "(고인과) 같은 지점 다른 택배노동자들의 경우 1500만원에 이르는 권리금을 내고 택배를 시작했다. 다른 지점에서도 권리금에 대한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점마다 300~500만원으로 액수는 다르지만 보증금 또한 전국적으로 걷고 있다"며 "지점과 맺는 택배노동자의 계약서에는 1천만원에 이르는 위약금이 적혀 있으며, 을(택배기사)의 책임으로 그만둘 때 보증금을 포기하도록 돼 있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는 고인이 일했던 강서지점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닌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제2의 김광택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김씨의 사연이 택배업계의 오랜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차를 산 사람 입장에서 후퇴할 수 없어서 거기에 몇 백만원 얹는다. 이후 '어차피 차 사놓고 했으니 계속 일할거 아니냐'며 힘들다고 도망가면 안 된다고 위약금 천만원을 걸어놓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리금, 보증금 이런 게 어떤 법적 권한이 있어서 생긴 것이 아니다. 택배노동자가 특수고용노동자라서, 노동자로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택배법이 없어서 어떤 룰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 나라의 산업에서 쓰이는 온갖 용어들을 따다가 택배기사들을 노예처럼 부려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사망 이후 지점장과 본사 측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로젠택배 정상민 부산 강서지회장은 "출근해서 고인이 되신 동지의 모습을 봤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자기가 일하던 그곳에서 유서 세 장만 남기고 돌아가셨겠나"라면서 "아직까지도 로젠 택배 본사에서는 그 어떤 책임과 보상의 말도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점장은 시신이 경찰에게 인도되고 병원으로 간 이후 채 이십분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일을 시작하자'고 했다"며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행동을 저지르는지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로젠택배 본사를 방문해 대표와 면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김씨는 지난 20일 새벽 "억울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김씨는 유서에서 "저 같은 경우 차량구입 등 투자한 부분이 있음에도 적은 수수료에 세금 등 이것저것 빼면 한 달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구역"이라며 "이런 구역은 소장을 모집하면 안 되는 구역임에도 직원을 줄이기 위해 소장을 모집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만들어 판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