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윤석열 검찰총장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봉사에 정치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이쯤 되면 사실상의 '정치활동이나 정치인 선언'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적어도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미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정치인이 된 김기춘, 김도언 전 의원의 경우와는 다르다.
이들은 정치적 조연이었을 뿐 주역이 된 적은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스스로 주역이 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서초동 대검청사에는 그를 격려하는 화환이 줄을 잇고 있다.
적어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지난 22일자로 조종을 울렸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검찰독립의 파괴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었다.
그러나,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온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계진출 시사 발언으로 마지막 버팀목이 무너졌다.
현 정부와 여당이 검찰수사를 흔들 때마다 쏟아진 수많은 전현직 검사들의 응원은 명분을 잃게 됐다.
정치의지를 내비친 그 발언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동강내는 최후의 칼질이 되고 말았다.
이제 윤석열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24일까지 검찰은 정쟁의 한복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그런데, 장제원 의원의 말대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확실한 여왕벌'이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보수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링 밖에 있을 때 얘기다.
홍준표 의원은 "총장직 사퇴하고 당장 정치판으로 들어오라, 잘 모시겠다"고 비꼬았다.
홍 의원은 "우리를 못살게 굴던 사람이 우파 대선후보 운운하는 것은 막장 코미디"라는 말도 했다.
현재로서는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했던 윤석열 검사를 위한 정당은 없다.
홍준표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 안철수 등 이른바 오룡(五龍)이 윤 총장을 '같은 편'으로 생각할지도 미지수다.
그렇다면, 윤석열 총장은 스스로 제3의 정치세력을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 대망론'에 기름을 부은 윤 총장의 발언이 경솔한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금까지 보여준 기개가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위한 준비동작으로 폄하되서는 안된다.
'윤석열 대망론'은 검찰 조직도 죽이고 자신도 죽는 자충수일 뿐이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가 가장 무섭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아무리 흔들어도, 검사일 때 여전히 가장 무서운 존재인 것이다.